[더파워 한승호 기자]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내 기름값 급등에 대응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13일부터 시행했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보통휘발유 ℓ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적용 대상은 보통휘발유·경유·등유다. 정부는 지역별 가격 편차가 큰 주유소 판매가격 대신 정유사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고, 해상 운송비가 추가되는 도서 지역은 5% 이내 범위에서 별도 최고가격을 적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1차 최고가격은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 낮다. 적용 기간은 이날부터 26일까지 2주간이며, 이후에는 국제 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동향을 반영해 2주 단위로 다시 산정한다.
정부는 중동 상황 발생 이후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도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 브리핑에서 중동 상황 발생 후 구매 물량이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는데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최고가격제 시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 축소와 사재기를 막기 위한 보완 조치도 함께 시행된다. 재정경제부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운영해 정유사와 석유판매업자의 반출 축소, 판매 기피, 과다 보유 등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위반 행위가 확인될 경우 시정명령과 형사처벌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전국 주유소에 대한 가격 감시도 강화된다. 정부는 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해 전국 주유소 가격을 상시 분석하고, 이상 가격 움직임을 보이는 업소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흐름을 보며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손실 보전 장치도 마련된다. 정부는 최고가격 지정으로 정유사가 손실을 본 경우 회계·법률·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산 절차를 거쳐 사후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대로 유가 하락 구간에서 정유사가 이익을 얻는 경우까지 포함해 분기별로 수익과 손실을 함께 따져 정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