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전산업생산 2.3% 증가에도 중동전쟁 장기화·금융시장 변동성 경계
KIC에 전략투자계정 신설…알뜰폰 전파사용료 감면 90%·공장 안전기준 강화
구윤철 부총리, 비상경제본부회의 모두발언/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생산과 소비심리 개선에도 중동전쟁 장기화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계 수위를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기 대응과 함께 20조원 이상 규모의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 전국 공장·창고 화재안전 조사, 알뜰폰 시장 구조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민생과 산업 경쟁력 개편에 속도를 낸다.
구 부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를 주재하고 “6월 전산업생산이 6년 만에 최대 폭인 2.3% 증가하고 7월 소비자심리와 기업심리도 개선되는 등 실물경제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충돌 재개 등 중동전쟁이 장기화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은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구 부총리는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더욱 세심하게 점검하고 적기에 대응하겠다”며 “근본적인 민생 안정과 기업 생태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 구조혁신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 정세 대응과 함께 공장화재 안전 강화, 알뜰폰 2.0 도약,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방안이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전국 공장·창고에 대한 대규모 화재안전 조사다. 전국 공장·창고 약 73만동 가운데 연면적 500㎡ 이상 시설과 위험물보관소, 산업재해 발생 위험 사업장 등 19만동 이상을 대상으로 2027년 말까지 3단계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위험물이나 화재 이력이 있는 고위험 공장 약 4만동을 올해 9월부터 우선 조사하고, 이후 산재 위험 사업장과 나머지 공장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구 부총리는 “공장화재 안전을 강화해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경쟁력 있는 제조 생태계로 혁신하겠다”며 “화재 안전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위험물 시설의 외장재 기준을 준불연에서 불연으로 높이고, 일반 감지기 대신 오작동을 줄인 지능형 화재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연면적 5000㎡ 이상 공장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기준을 확대한다.
기업의 안전투자 부담을 낮추는 지원책도 마련한다. 구 부총리는 “중소·중견기업의 화재 예방장비 구매 등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보조사업을 신설하겠다”며 “노후 건물과 소방시설 개보수 등 화재 안전투자를 위해 5년간 1조2500억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고위험 사업장 약 2만곳에 자동확산소화기를 단계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AI와 로봇을 활용한 첨단 안전기술은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안전설비 투자는 감가상각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가속상각 대상에 포함한다. 불법 시설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은 반복 부과를 의무화하고, 내부 공익신고자의 신고로 환수된 과징금과 벌금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알뜰폰 시장 개편도 병행한다. 구 부총리는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사용료 감면율을 현재 50%에서 90%로 확대하고 도매조건 개선을 통해 저렴한 요금제가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알뜰폰 업계에서 연간 약 25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새로 출시한 데이터 안심옵션 요금제도 8월부터 알뜰폰 업체에 단계적으로 도매 제공된다. 기존 도매 요금제 약 90종에는 추가 비용 분담 없이 데이터 안심옵션을 적용하고, 일부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의 도매대가는 1.0~3.0%포인트 낮춘다.
중고폰 인증제와 중저가 자급제 단말 보급을 확대하고, 유심 배송이나 교체 없이 온라인 개통이 가능한 eSIM 발급 절차도 간소화한다.
알뜰폰 사업구조도 단순 재판매에서 자체 설비를 갖춘 사업자로 넓어진다. 구 부총리는 “단순 재판매를 넘어 자체 설비를 통해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알뜰폰 사업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과금·가입자 인증 설비를 보유하는 서비스형 알뜰폰과 트래픽 관리 설비까지 갖춘 독립형 알뜰폰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고, 내년까지 3곳 이상의 신규 사업자 출현을 유도한다.
반면 고객센터와 보안 역량이 부족한 사업자는 시장에서 정리한다. 모든 알뜰폰 사업자에 가입자 1만명당 상담인력 1명, 업체별 최소 3명 이상의 상담인력을 두도록 하고 고객센터 평가 결과도 공개한다.
발신번호 조작과 부정개통, 자본금·상담인력 등 등록요건 충족 여부를 전수 조사하며, 보이스피싱 등 국민 피해를 유발한 업체는 전파사용료 감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재한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를 국내 전략산업에도 투자할 수 있는 종합형 국부펀드로 개편한다. 구 부총리는 “저축형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개편하겠다”며 “초기자본금은 정부 보유 공공기관 주식과 물납주식 출자 등을 통해 20조원 이상으로 조성하고 추가 재원도 계속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재원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정부 보유 공공기관 주식 약 16조원과 상속·증여세 대신 받은 물납주식 약 4조원으로 마련한다.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기존 계정과 전략투자계정 사이에는 별도의 방화벽을 설치해 투자와 회계를 분리한다.
전략형 국부펀드는 AI와 로봇, 반도체, 방산, 바이오, 에너지, 소재·부품·장비, 항공·우주, 양자, 콘텐츠, 소프트웨어, 보안 등 국내 전략산업에 만기 없는 장기 자금을 공급한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클러스터 등 기간산업, 국내 공급망을 보완할 해외 기업에도 직접 지분투자하고 보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구 부총리는 “전략산업에 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고 국가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위한 투자를 추진하는 한편 투자수익은 정부 배당 등을 통해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국부펀드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공동·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가 청산할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지분을 넘겨받는 이어달리기 투자도 추진한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8월 중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시행령 개정과 투자체계 구축을 거쳐 내년부터 전략형 국부펀드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