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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세계보다 빠른데 주가는 뒤처졌다…K바이오, 하반기 ‘괴리 좁히기’ 시작되나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1 15:04

국내 헬스케어 3년 EPS 성장률 27%…미국 18%·글로벌 14% 웃돌아
GLP-1이 글로벌 의약품 성장 견인…빅파마 M&A·라이선스 거래도 회복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주 실적 성장…임상·기술이전이 하반기 변수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 제약·바이오주의 가장 큰 역설은 실적과 주가의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미국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웃돌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뒤처졌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수급 부진과 임상 실패 충격이 잦아드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적과 기업가치 사이의 간극이 좁혀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출처 magnific
출처 magnific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헬스케어 업종의 2025~2028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연평균 증가율은 27%로 미국 18%, 글로벌 14%를 웃돈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11%, 서유럽은 9% 수준으로 예상됐다.

주가는 정반대다. 2021년 5월을 100으로 놓은 최근 5년 총수익지수는 미국 헬스케어가 143.4, 글로벌이 122.2까지 올라선 반면 한국은 75.1에 머물렀다. 이익은 더 빠르게 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부여하는 가격은 오히려 크게 낮아진 셈이다.

올해 7월 국내 바이오주는 임상 3상 실패와 상업화 일정 지연 등이 겹치면서 다시 한번 큰 변동성을 겪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악재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임상 결과와 기술이전, 인수합병(M&A) 같은 긍정적 재료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바이오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2023년 역성장했던 세계 의약품 시장은 다시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약 7%로 전망된다. 가장 강력한 동력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다.

향후 글로벌 의약품 매출 증가 기여도에서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가장 앞선다. 마운자로는 2023~2032년 매출 증가액이 384억달러, 젭바운드는 2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와 신규 의약품들도 뒤를 잇는다.

반대로 키트루다와 휴미라, 엘리퀴스 등 기존 블록버스터는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 압력을 받고 있다. GLP-1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동시에 기존 대형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빅파마를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벤처로 다시 돈이 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벤처투자는 2021년 이후 투자 건수가 감소했지만 한 번 투자할 때 집행하는 금액은 오히려 커졌다. 라운드당 평균 조달액은 2010년 1620만달러에서 올해 7010만달러까지 4배 이상 늘었다.

투자 건수는 2021년 78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446건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487건으로 반등했다. 무차별적으로 많은 기업에 돈이 몰리던 과거와 달리 기술과 임상 데이터를 확인한 기업에 더 큰 자금이 집중되는 방식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M&A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 치료제 기업 인수 건수는 134건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빅파마의 대형 거래가 이어지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라이선스와 파트너십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바이오기업에 지급된 선급 현금과 지분투자 규모는 지난해 약 171억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초기 벤처투자에서 기술이전, 기업 인수로 이어지는 바이오 자본시장의 연결고리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IPO 시장도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제약기업 15곳의 공모금액은 총 53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들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38.5%였다.

카일레라 테라퓨틱스는 7억1880만달러를 조달했고 파라빌리스 메디슨은 7억7050만달러를 확보했다. 상장 후 첫날 주가도 각각 공모가 대비 62.5%, 58% 상승했다. 바이오기업이 IPO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공모 규모를 키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기업 투자금 회수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바이오기업의 M&A·IPO 등 회수 건수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2021년 유동성 장세의 정점에서 2022년 급랭한 뒤 2023~2024년 바닥을 다지고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환경의 변화는 국내 제약·바이오에도 중요하다. 해외 빅파마의 현금이 늘고 라이선스와 M&A가 다시 활발해질수록 국내 바이오기업이 기술을 이전하거나 해외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초기 신약개발사보다 실적을 이미 만들어내고 있는 대형 기업이 먼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진=셀트리온
/사진=셀트리온


대표적인 기업이 셀트리온이다. 올해 연결 매출은 5조637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조8909억원으로 61.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8.1%에서 올해 33.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부터 수익성 변화는 이미 확인됐다. 셀트리온의 2분기 매출은 1조3937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영업이익은 4518억원으로 8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2.4%를 기록했다.

핵심은 제품 구성이다.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신규 제품이 2분기 매출의 65%까지 올라오면서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더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

램시마SC 2분기 매출은 1996억원으로 전년보다 24%, 유플라이마는 1954억원으로 42% 증가했다. 기존 제품 가운데서는 트룩시마가 미국에서 점유율 38%까지 올라가며 매출을 방어했다.

사업도 바이오시밀러에서 넓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9년까지 약 9700억원의 최소 수주물량을 확보한 CDMO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생산시설을 통한 매출도 시작됐다.

신약은 추가 옵션이다. GLP-1을 포함한 4중 표적 비만치료제 CT-G32의 비임상 데이터 발표가 하반기에 예정돼 있고, cMET을 표적으로 하는 ADC CT-P70과 Nectin-4 ADC CT-P71은 내년 1분기 임상 1상 결과가 예상된다.

알테오젠은 실적보다 플랫폼 확장이 관전 포인트다.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ALT-B4 기술이 키트루다 SC를 통해 상업적 검증 단계에 들어서면서 플랫폼 가치가 실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키트루다 SC의 미국 출시 11개월차 전환율은 10.6%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ALT-B4와 연계된 마일스톤은 올해 약 3000억원, 2027년 4000억원, 2028년 50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현재 사노피와 MSD, 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 GSK, 바이오젠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이 연결돼 있다. 앞으로 새로운 계약을 얼마나 추가하는지와 항체뿐 아니라 다른 치료제 형태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성장성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2분기 매출은 1조3209억원, 영업이익은 5864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30%, 23% 증가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4공장의 높은 가동률과 환율 효과가 실적을 이끌었다. 5월 파업으로 약 1500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지만 2분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일부 물량은 하반기 매출로 이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 5공장과 미국 생산시설 가동을 반영해 올해 성장 가이던스를 기존 15~20%에서 20%로 높였다. 올해 매출은 5조5310억원, 영업이익은 2조4720억원으로 각각 21.4%, 19.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능력 경쟁에서도 몸집이 커졌다. 현재 글로벌 주요 CDMO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포유류 세포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은 84만5000리터 수준으로 분석된다. 론자 77만1000리터, 우시바이오로직스 약 50만리터보다 큰 규모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에 신약을 더하고 있다. 핵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분기 제품 공급 일정 조정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2% 감소했지만 하반기 정상화를 통해 연간 10% 성장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변화는 신약 쪽에서 더 크다. 중국 R&D센터를 열고 바이오 인큐베이션센터와 협력에 나섰으며 삼성서울병원과 의료데이터·AI 공동연구도 시작했다. 2000억원 규모 생명과학펀드 3호도 조성해 바이오시밀러 중심 사업에서 신약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은 임상 1·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임상 완료가 목표다. 신약 파이프라인으로는 방광암 치료제 SBE303이 임상 1상에 들어가 있고 폐암 치료제 SBE313과 장기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등이 전임상 단계에 있다.

에스티팜 전경
에스티팜 전경


에스티팜 역시 실적 성장주로 분류된다. 2분기 매출은 1085억원으로 전년보다 59%, 영업이익은 183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매출이 796억원으로 83% 늘었고 저분자화합물 매출도 175억원으로 163% 뛰었다.

고난도 임상 프로젝트 생산 기간이 길어지면서 약 40억~50억원의 일회성 원가 부담이 발생했지만 하반기에는 이 비용이 사라지고 제2올리고동 대형 생산라인 가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에스티팜 매출은 4110억원으로 23.9%, 영업이익은 709억원으로 2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연내 7건 이상의 신규 계약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 프로젝트의 적응증 확대에 따른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하반기 K바이오의 핵심은 ‘기대’에서 ‘확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바이오주 상승장이 임상 기대감과 유동성에 크게 의존했다면 지금은 실제 영업이익 증가와 처방 확대, 수주, 마일스톤 유입이 기업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위험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리가 다시 올라가면 장기간 현금이 필요한 초기 바이오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최근 중국 바이오기업의 임상 자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술이전 시장에는 경쟁 요인이다.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반대로 지난해 약가 협상과 올해 의약품 관세율 확정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점은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에는 투자심리 개선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가 하반기 전략에서 실적 대형주에 먼저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장률은 높은데 주가는 글로벌 헬스케어보다 크게 뒤처진 상황에서 수급만 정상화돼도 밸류에이션 회복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바이오 업종이 2021년과 같은 유동성 장세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달라진 점은 투자자들이 임상 성공 가능성과 실제 현금흐름, 생산능력을 더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이익을 이미 만들고 있는 CDMO·바이오시밀러 기업, 상업화된 플랫폼에서 현금이 들어오는 기업, 실제 수주가 쌓이는 기업과 아직 기대만 남은 기업 사이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국 바이오의 실적은 이미 주가보다 앞서가고 있다. 하반기의 관전 포인트는 바이오 업종이 다시 뜰 것인지가 아니라, 그동안 벌어진 ‘이익과 주가의 거리’를 어떤 기업이 먼저 좁히느냐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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