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기준 200억→300억원 상향 시점 내년 1월서 7월로 연기
일정 재무요건 갖춘 기업은 정리매매 없이 기존가격으로 코넥스 이전
코스피도 시총기준 강화 6개월 유예·코넥스 이전상장 동일 적용
정부, 금리 상승·중동 리스크 점검…WTI 9월3일 91.3달러
구윤철 부총리, 시장상황점검회의 참석/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추가 상향을 6개월 늦추기로 했다.
일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춘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해 상장폐지 대상이 되더라도 정리매매를 거치지 않고 코넥스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해 상장폐지에 따른 충격도 완화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과 부동산시장 동향을 점검한 뒤 코스닥 상장폐지 제도 운영방안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신속하고 엄정한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7월1일부터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으며 당초 내년 1월1일부터는 다시 3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업계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정부는 시장 회복에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300억원 기준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7월로 6개월 늦추기로 했다.
코스닥 퇴출기업에 대한 ‘연착륙 통로’도 새로 마련한다. 일정 재무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더라도 정리매매 없이 기존 주가를 유지한 채 코넥스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상은 올해 7월1일 이후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추고 코넥스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이다. 거래소 규정변경 예고일부터 실제 규정 개정·시행 전에 상장폐지 기일이 도래하는 법인도 요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재무요건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최근 3개 사업연도 가운데 2개 연도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냈거나, 최근 3개 연도 가운데 1개 연도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자본잠식 기업은 이전상장 대상에서 제외한다. 상장폐지 충격을 줄이되 일정 수준의 수익성과 손실흡수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대상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이전상장이 결정되면 일반적인 상장폐지 과정에서 거치는 정리매매 없이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코넥스로 옮겨간다. 코넥스 상장 요건 가운데 하나인 지정자문인 선임도 신속한 이전을 위해 일정 기간 유예할 예정이다.
코스피 시장에도 같은 보완책을 적용한다. 코스피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7월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됐으며 내년 1월부터 5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코스닥 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코스피에서도 시가총액 기준 추가 상향 시점을 내년 1월에서 7월로 6개월 늦추고, 코스닥과 동일한 재무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해 코넥스 이전상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내외 금리 상승 압력과 중동 정세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도 함께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각국의 국채 발행 증가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의 회사채 발행 등 수급요인에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기대와 중동 긴장 재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6월30일 배럴당 69.5달러에서 7월31일 84.7달러로 오른 뒤 8월21일 87.1달러, 8월31일 85.8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3일에는 91.3달러까지 상승했다. 두 달여 만에 20달러 넘게 오른 셈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금리 상승이 취약차주와 상호금융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점검했다.
현재까지 취약차주와 상호금융권의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앞으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고 일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취약차주 지원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금리와 국제유가, 국내 채권시장, 외환시장 등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