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 68.7%↑·일평균 72.5%↑…무역흑자 347억달러
반도체 209%·컴퓨터 419% 급증…화장품·이차전지·석유제품도 동반 개선
수출경기확산지수 2021년 이후 최고…“연말까지 제조업 업사이클 지속”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반도체가 한국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제조업 전반의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관련 품목에 집중됐던 수출 온기가 화장품과 이차전지, 석유제품 등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2일 8월 한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8.7% 증가하며 3개월 연속 60%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72.5%로 올해 들어 처음 70%를 넘어섰다. 무역수지는 347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 6월 359억달러에 근접했다.
가장 강한 품목은 역시 반도체였다. AI 투자 수요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209.1%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컴퓨터 수출도 419.4% 늘며 두 달 연속 400% 이상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다만 전체 수출 호조를 반도체와 컴퓨터만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신증권의 판단이다. 두 품목을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7월 18.0%에서 8월 8.1%로 낮아졌지만 자동차 생산 차질에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 수출은 노사분쟁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29.8% 감소했다. 이를 제외하면 석유제품이 65.3%, 화장품이 52.0%, 이차전지가 24.1% 증가하는 등 주요 품목의 흐름은 오히려 7월보다 개선됐다.
수출 회복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됐다. 최근 3개월 평균 수출경기확산지수는 약 65까지 상승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가 50을 웃돌수록 수출이 개선되는 품목이 그렇지 않은 품목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은 “AI 영향으로 반도체가 지나치게 강할 뿐 현재 수출 산업 전반이 매우 좋은 상황”이라며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이외 업종의 회복이 나타나는 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보다 119.3% 급증해 33년 만에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320% 늘어난 것이 전체 증가세를 끌어올렸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 역시 한국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 지표의 상승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어 이번 수출 회복이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과거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한 뒤 고점에 도달하기까지 통상 1~2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한국 수출이 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9월에는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신증권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3분기 전체 수출 증가율은 2분기의 57.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출 호조가 국내 경기로 번지는 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수출 증가가 투자와 소득을 통해 내수로 전달되는 흐름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3분기 실질 성장률에는 높은 기저가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명목 성장률은 전년 대비 20%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기업이익 개선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증시에서도 반도체에 집중됐던 상승 동력이 다른 제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8월 수출에서 확인된 변화는 반도체의 강세 그 자체보다 회복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수출의 선두에 서 있는 가운데 화장품과 이차전지, 에너지 등으로 개선세가 번지고 있어 하반기 증시에서는 ‘반도체 독주’보다 수출 업종 전반의 실적 회복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