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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펀드도 토큰증권으로…내년 2월부터 단계적 허용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04 15:21

2027년 2월 기관전용 사모MMF·사채, 비상장주식 신탁방식 토큰화부터 시작
공모 조각투자는 1단계부터 허용…향후 공모증권·스테이블코인 결제로 확대
장외거래소 일반투자자 연간 순매수 1억원…기존 인가로 토큰증권 취급 가능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자기자본 40억원…조각투자 기초자산 집합화도 조건부 허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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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내년 2월부터 조각투자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는 길이 열린다.

초기에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방식을 이용한 비상장주식부터 토큰화를 시작하고 이후 공모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온체인 결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조각투자 시장의 규제도 일부 풀린다. 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여러 기초자산의 집합화(Pooling)를 일정 조건 아래 허용하고 장래매출채권처럼 미래에 발생할 자산도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면 조각투자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대신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 거래는 연간 순매수액 기준 1억원으로 제한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금융보안원,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권 부위원장은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단계적 접근을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의 발행, 거래, 청산, 결제, 권리행사, 기초자산 등 자본시장 전체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하겠다”며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을 전자적으로 발행·유통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에서 ‘분산원장등록주식등’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됐으며 개정법은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시장에서 토큰증권과 조각투자가 혼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두 개념은 다르다. 조각투자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처럼 증권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 개념인 반면 토큰증권은 실물증권이나 기존 전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증권을 어떤 ‘형태’로 발행하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따라서 조각투자증권이라도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하면 토큰증권이 아니며, 반대로 일반 주식이나 회사채도 분산원장에 기반해 발행하면 토큰증권이 된다.

기존 전자증권과 토큰증권의 가장 큰 차이는 증권계좌부 관리 방식이다. 기존 전자증권에서는 예탁결제원이나 증권사가 각각 자신의 시스템에서 계좌정보를 관리하지만 토큰증권에서는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 여러 참여자가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참여해 발행·유통 정보를 공동으로 기재하고 관리한다.

고객 이름이나 주소 등 개인정보처럼 분산원장에 올리기 부적절한 정보는 별도의 ‘연계장부’에서 관리한다. 예탁결제원은 분산원장에 직접 노드로 참여해 발행총량과 유통총량이 항상 일치하도록 관리한다.

정부는 토큰증권 인프라를 3단계로 구축한다. 우선 전자증권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1단계에서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와 사모사채를 토큰화한다.

채권은 원리금 지급 중심의 일반채권부터 시작하며 주식연계채권 등 복잡한 상품은 제외한다. 채권은 발행 이후 50매 이상으로 나뉘어 거래될 경우 공모로 간주되는 전매제한 규정을 효율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단일 거래단위도 설정할 방침이다.

주식은 비상장주식을 신탁하는 방식으로 우선 토큰화한다.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비상장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게 신탁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큰증권 형태의 ‘비상장주식 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다.

의결권과 배당, 신주인수권, 증·감자, 주식병합 등 주식 특유의 복잡한 권리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토큰증권 인프라에서는 신탁 수익증권의 권리만 관리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초기 시스템 구축 부담을 낮추고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조각투자는 상대적으로 권리관계가 단순하고 발행 규모도 크지 않은 만큼 1단계부터 공모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한다.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상장주식의 토큰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별도 파일럿 테스트도 진행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토큰화 파일럿 프로그램을 참고해 국내 상장주식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검증할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1단계 운영 결과를 토대로 일반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모증권까지 토큰화를 확대한다. 구체적인 전환 시점은 1단계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와 기술개발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토큰증권과 결제수단을 모두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온체인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초기에는 현행 예탁결제원의 증권·대금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토큰증권과 현금을 결제하지만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을 블록체인상에서 직접 교환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토큰증권 원장과 스테이블코인 원장을 연결하는 상호운용 기술도 검토한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서 증권과 결제자산을 안전하게 교환하려면 브릿지 기관을 이용하거나 서로 다른 메인넷을 기술적으로 연결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토큰증권 협의체 결제분과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과 제도를 검토하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일정과 연계해 3단계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각투자에서는 상품 설계의 폭을 넓힌다. 새로 마련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 모범규준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복수 기초자산의 집합화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허용하도록 했다.

집합화 대상은 동일한 종류와 동일한 권리의 자산이어야 하고 투자자가 자산을 묶는 기준과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자산의 가격과 위험, 수익구조도 각각 구분해 제공해야 하며 부실자산은 포함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개별 규모가 작아 단독으로 증권화하기 어려웠던 자산도 여러 개를 묶어 하나의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음악저작권의 경우 권리관계가 동일한 저작재산권만 묶거나 단일 가수의 대표곡을 집합화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항공기 엔진의 경우 본 엔진과 비상용 예비엔진을 하나로 묶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집합화 가능한 자산 수와 최대 신탁가액은 기초자산 특성과 투자자 보호 수준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장래매출채권처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자산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각투자가 가능해진다. 물품공급계약이나 매매계약 등 기초 법률관계가 이미 존재해 권리를 특정할 수 있고 가까운 장래에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신용보완 등 강화된 투자자 보호조치를 마련한 경우다.

다만 주거용 주택이나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업용 부동산, 카지노 등 사행성 산업과 관련된 자산은 원칙적으로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시장 안정이나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자산도 제외한다.

조각투자 청약 과정에서는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한다. 개인별 청약한도는 기초자산과 발행규모 등을 고려해 사업자가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부는 ‘3000만원과 전체 발행금액의 5% 가운데 작은 금액’을 표준적인 예시로 제시했다.

공모물량을 특정 투자자에게 몰아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투자자 배정 최소비율과 균등배정 최소비율 등을 사전에 내규로 정하도록 권고한다. 자산보유자는 부실자산을 유동화한 뒤 위험을 투자자에게 모두 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익증권 발행 이후 최소 5% 이상을 신탁 종료 때까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발행인은 공모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익증권은 신탁재산의 현황과 가치변동, 평가손익 등을 담은 운용보고서를 분기별로 작성해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장외거래소 공시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투자자가 기초자산의 처분과 환금 절차, 예상 소요기간, 처분가격 산정 방식 등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관련 사항도 증권신고서에 담아야 한다.

토큰증권 유통을 위해 별도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새로 만들지는 않는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나 장외거래소가 이미 지분증권·채무증권·수익증권 등에 대한 투자매매·중개업 인가를 보유했다면 해당 인가 범위 안에서 토큰증권도 취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보유한 증권사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형태의 조각투자 토큰증권을 공모·주선할 수 있고, 수익증권 장외거래소 인가 사업자는 해당 토큰증권의 거래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장외거래소가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려면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 거래한도는 거래소별 연간 순매수액 1억원으로 설정한다. 총매수금액에서 총매도금액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기존 크라우드펀딩이나 조각투자 샌드박스보다 한도를 높게 설정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했다. 정부는 시장 정착 상황과 투자자 보호 수준을 살펴 한도의 적정성을 계속 점검할 방침이다.

채권을 일반투자자에게 다자간으로 중개하는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도 새로 만든다. 현재 채권 장외 다자간 중개는 전문투자자를 중심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공모 토큰채권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투자계약증권은 유통상 문제 등을 추가 검토한 뒤 장외거래소 인가단위 신설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장외 토큰증권 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경우 기존 자본시장법상 제재가 적용된다. 부정한 수단이나 거짓 시세, 풍문 유포 등을 이용한 부정거래가 적발되면 형벌과 과징금, 계좌동결, 임원선임 제한 등의 대상이 된다.

정부는 장외거래소에 불공정거래 예방·감시·조치에 관한 업무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규제를 장외거래소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도 추가 검토한다.

금융회사가 아닌 토큰증권 발행인이 직접 투자자의 증권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도 도입된다. 기존에는 증권사와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만 고객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할 수 있었지만 토큰증권에 한해서는 발행인이 직접 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자기자본 요건은 40억원으로 정한다.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과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도 갖춰야 하며 전산·보안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분산원장 자체에 대한 안전기준도 마련됐다. 예탁결제원이 제시한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은 참여자와 노드 구성, 합의 알고리즘,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지갑·키 관리, 전자등록 업무와 데이터 관리 등 40개 세부요건을 규정했다.

전자등록정보를 공동 관리하는 분산원장 참여자는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 전자증권법상 전자등록기관·계좌관리기관으로 제한한다. 특정 기관이 분산원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3개 이상의 독립된 기관이 합의 과정에 참여해야 하며 단일 기관이 합의·검증 노드 지분의 50% 이상을 가질 수 없다.

토큰증권 전자등록 과정에서 수수료나 시뇨리지 등을 목적으로 별도의 가상자산을 만들어 거래하는 것도 금지한다. 증권 권리의 효력이 분산원장 기록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트랜잭션의 시간순서를 보장하고 무단 삭제나 사후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컨트랙트에 치명적인 오류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합의 노드 복구와 비상시 권한통제, 코드 검증 및 취약점 점검, 키 분실·도난에 대한 대응체계 등이 요구된다.

표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분산원장은 신규 전자등록이 정지될 수 있다. 일정 기간 안에 정상 상태로 복구하지 못해 투자자 권리 보호가 필요해지면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 전환하는 절차도 가동된다.

예탁결제원은 모든 토큰증권 분산원장에 직접 노드로 참여해 발행총량과 유통총량을 관리하고 전자등록 적격성 심사와 자기계좌부 관리, 소유자명세 작성 등을 수행한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 가운데 토큰증권 발행 허용 범위와 장외거래소 인가단위, 일반투자자 거래한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 등 하위법규 사항을 이달 말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시행령·규정 개정안에 담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모범규준은 법 시행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전자증권 형태의 조각투자에도 즉시 적용한다.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은 내년 2월 1단계 시행을 목표로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다.

금융위는 국제 표준특허 조각투자와 투자계약증권의 유통·발행 구조, 장외거래소 불공정거래 규제 등 추가 과제도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과 시장 의견수렴을 거쳐 계속 검토한다.

향후 토큰증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현재 조각투자 중심인 시장은 기관전용 펀드·채권과 비상장주식, 일반 공모증권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까지 연결되는 디지털 자본시장 인프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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