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7%로 낮춘 뒤 2028년 상반기 5%까지 단계적 인하
중증 2형 당뇨도 인슐린펌프·연속혈당측정기 지원…청년 지원기준 450만원
내년부터 무치악 65세 이상 임플란트 2개·13세 복합레진 건보 적용
197만명에 연 6000억~8000억원 투입…2027년 건보료율 7.19% 동결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 7.19% '동결' 등을 내용으로 한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파워 이우영 기자]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현재 10%에서 2028년 상반기 5%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그동안 1형 당뇨병에 집중됐던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은 중증 2형 당뇨병까지 확대되고, 치아가 하나도 없는 65세 이상 어르신도 내년부터 임플란트 2개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과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1단계 대책을 통해 중증·희귀난치질환자와 중증 당뇨병 환자, 어르신·아동 등 약 197만명에게 연간 6000억~8000억원 규모를 지원할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의료비 부담 경감이다. 현재 이들 환자는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의 10%를 부담하지만 암과 심장·뇌혈관질환 등 다른 중증질환의 본인부담률 5%보다 높다.
정부는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올해 12월부터 10%에서 7%로 낮추고 2028년 상반기에는 다시 5%까지 내리기로 했다. 이에 필요한 건강보험 재정은 7% 적용 시 연간 약 3000억원, 5%까지 낮아지면 연간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원 대상은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환자 약 136만명이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치료가 어려운 질환 등을 대상으로 현재 1389개가 지정돼 있고, 중증난치질환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치료 중단 시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234개 질환이 해당한다.
본인부담률 인하로 환자 1명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급여 의료비는 연평균 75만원에서 2027년 약 53만원, 2028년 약 39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연간 평균 22만~36만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환자에 따라 실제 절감액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혈우병이나 발작성 야간헤모글로빈뇨처럼 고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현재 연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복지부가 제시한 사례에서는 혈액 응고인자 치료로 연간 1350만원을 부담하는 혈우병 환자의 의료비가 본인부담률 7% 적용 시 945만원, 5% 적용 시 675만원까지 낮아진다. 최종적으로 현재보다 연간 675만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희귀·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재등록 절차도 간소화한다. 현재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은 산정특례를 계속 적용받으려면 5년마다 재등록해야 하는데, 312개 질환 약 34만명은 임상진단 외에 별도의 검사 결과까지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는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검사를 없애고 임상진단과 필요한 경우 치료이력만으로 재등록할 수 있도록 바꾼다. 올해 1월 샤르코-마리투스 등 9개 질환 1만7000명에 대한 개선을 시작한 데 이어 이달부터 길랭-바레증후군 등 95개 질환 8만6000명의 재등록 기준을 완화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올해 하반기에는 타우시그-빙증후군 등 62개 질환 20만8000명, 내년에는 네젤로프증후군 등 146개 질환 2만4000명을 대상으로 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치료제가 환자에게 도달하는 시간도 줄인다. 현재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까지 평균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는 급여 적정성 평가와 협상 절차를 단축하는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급여기준 설정과 약가·예상청구액 협상 등에 최대 240일이 걸렸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최대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등재 전 비용효과성 평가 일부를 실제 임상성과에 기반한 사후평가로 전환하고 약가와 약제비 총액 협상도 사전에 정한 계약조건을 활용해 간소화한다.
당뇨병 지원체계도 질환 유형보다 중증도를 중심으로 개편된다. 현재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 등 주요 건강보험 지원은 1형 당뇨병 환자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어 비슷한 수준으로 췌장 기능이 떨어진 2형 당뇨병 환자는 지원에서 제외돼 왔다.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지원 대상을 1형 당뇨병뿐 아니라 췌장장애와 췌도부전 수준의 중증 2형 당뇨병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현재 1형 당뇨병 수준의 중증도를 가진 중증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000명이 새롭게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슐린자동주입기의 경우 췌장장애 환자는 1형과 2형 여부나 연령에 관계없이 기준금액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본인부담률은 10%가 된다.
현재 1형 당뇨병 성인은 기준금액의 70%만 지원받아 본인부담률이 30%지만 췌장장애에 해당하면 10%로 낮아진다. 지금까지 지원을 받지 못했던 2형 당뇨병 췌장장애 환자 역시 기준금액의 90%를 지원받는다.
췌장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췌도부전 수준인 중증 2형 당뇨병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소아는 기준금액의 90%, 성인은 70%를 지원한다.
특히 19~34세 청년의 인슐린자동주입기 지원기준이 크게 올라간다. 현재 19세 미만은 450만원을 기준으로 90%인 405만원을 지원받지만 19세가 되는 순간 지원기준 금액이 170만원으로 떨어진다.
450만원짜리 인슐린자동주입기를 사용할 경우 19세 전까지는 본인부담액이 45만원이지만 성인이 되면 지원액이 119만원으로 줄면서 실제 부담액이 331만원까지 뛴다.
정부는 이 같은 ‘19세 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19~34세도 지원 기준금액을 소아와 같은 450만원으로 높인다. 췌장장애 청년은 450만원의 90%인 405만원을 지원받아 본인부담이 45만원으로 줄고, 췌도부전 청년은 70%인 315만원을 지원받아 135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연속혈당측정기 지원도 확대된다. 췌장장애 환자는 연령이나 당뇨병 유형에 관계없이 본인부담률을 10%로 맞추고, 췌도부전 수준의 성인 환자는 본인부담률을 30%에서 20%로 낮춘다.
기기 구입비뿐 아니라 의료진의 교육과 상담, 비대면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재택관리 시범사업도 1형 당뇨병에서 중증 2형 당뇨병까지 확대된다. 의사는 연 8회 이상 교육상담을 하고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은 연 12회 이상 상담할 수 있으며 재택에서 비대면 관리도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중증 당뇨병 지원 확대에 연간 약 7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1형 당뇨병 환자 약 3만6000명은 1인당 연간 평균 36만원, 새롭게 지원받는 중증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000명은 연간 평균 418만원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당원병 환자도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을 받는다. 당원병은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선천적 결함으로 글리코겐이 간이나 근육 등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희귀질환으로, 저혈당이 반복될 수 있어 지속적인 혈당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당원병으로 산정특례에 등록된 환자에게 혈당측정검사지와 채혈침 등 당뇨소모성 재료와 연속혈당측정용 전극 구입비를 지원한다. 연속혈당측정용 전극 기준금액은 하루 1만원이며 본인부담률은 19세 미만 10%, 19세 이상 20%다.
지원 대상은 약 344명으로 연간 약 1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다. 환자 한 명당 연평균 약 350만원의 의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시행 시기는 2027년 2분기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가 사용하는 자가도뇨카테터 지원도 오는 12월 확대된다. 현재는 하루 최대 6개, 기준금액 하루 9000원까지 지원하지만 소아는 방광 용적이 작아 성인보다 배뇨 간격이 짧다는 점을 반영해 19세 미만은 최대 8개까지 지원한다.
지원 기준금액도 실제 구입비를 반영해 하루 9000원에서 19세 미만은 1만8000원, 19세 이상은 1만3500원으로 높인다. 지원 대상은 약 1만1000명으로 연간 170억원이 투입되며, 1인당 의료비 부담은 연평균 약 155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희귀질환 환자가 입원하는 전문요양병원에 대한 지원 확대도 추진한다. 최중증 환자의 비율이 높고 치료행위와 간병 부담이 큰 특성을 고려해 중증희귀질환 진료와 공공적 기능, 간병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별도 보상체계를 검토한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올해 하반기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치과 건강보험 보장도 내년 1월부터 확대된다. 현재 65세 이상은 치아가 남아 있는 경우 평생 임플란트 2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치아가 하나도 없는 ‘완전 무치악’ 환자는 임플란트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앞으로는 치아가 하나도 없는 65세 이상도 임플란트 2개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임플란트와 부분틀니를 함께 활용해 저작기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약 7만명이 혜택을 받고 1인당 약 228만원의 의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연간 약 16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다. 다만 기존에 건강보험으로 완전틀니를 지원받은 환자는 완전틀니 지원 후 7년이 지나야 임플란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의 충치 치료에 사용되는 광중합형 복합레진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확대된다. 현재 5세 이상 12세 이하에서 내년 1월부터 5세 이상 13세 이하로 상한 연령을 한 살 높인다.
복지부는 12세 아동의 충치 경험률이 2018년 56.4%에서 2021년 58.4%, 2024년 60.3%까지 높아졌고 10대 충치 진료 인원도 2020년 89만명에서 2024년 105만명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했다.
13세 아동 약 14만명이 추가 지원을 받아 1인당 연간 약 22만원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소요 재정은 연간 약 308억원이다.
정부는 이번 1단계 대책에 이어 새로운 비급여 치료제의 급여화와 간병 부담 완화 등 후속 보장성 강화 과제도 검토한다.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되 의료 남용 우려가 높은 비급여는 신규 진입과 이용을 관리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과잉 의료와 과다 지출에 대한 관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2024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로 집계됐다. 암과 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81.0%, 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은 80.2% 수준이다.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은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건정심은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으며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현행 211.5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율은 2024년과 2025년 7.09%로 2년 연속 동결됐다가 올해 7.19%로 1.48% 인상됐다. 내년에는 다시 동결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최근 5년 동안 당기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준비금이 30조2000억원으로 약 3.5개월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내년도 정부지원이 약 1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다 최근 반도체산업 호황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가 기대된다는 점도 동결 결정에 반영됐다.
복지부는 “중증·희귀질환자와 어르신, 소아·청소년에 대한 보험 급여 확대로 의료비 부담이 완화돼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며 “큰 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로드맵 아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납부한 보험료가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출효율화 과제를 적극 발굴·추진하고,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희귀·중증난치질환 등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