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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석학 인터뷰 ①] 천동필 부경대 교수 "실리콘밸리식 환상 버려라… 지역 창업, '마오타이'처럼 자원에 뿌리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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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석학 인터뷰 ①] 천동필 부경대 교수 "실리콘밸리식 환상 버려라… 지역 창업, '마오타이'처럼 자원에 뿌리내려야"

김지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9-09 23:41

수도권 따라하기식 유니콘 육성 전략은 필패
정부 주도 펀드 자금 결국 서울로 회귀하는 구조
지역 고유 자원과 기술 결합한 자생적 모델 시급
아이슬란드 ‘케레시스’·중국 ‘마오타이’ 등 지역 밀착형 성공 사례 주목해야

천동필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창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역 고유의 자원과 기술이 결합할 때 비로소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는 '로컬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본지 DB)
천동필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창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역 고유의 자원과 기술이 결합할 때 비로소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는 '로컬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본지 DB)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김지윤 기자] 본지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대학의 각 분야별 최고 석학 10인을 릴레이 인터뷰합니다. 학계의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지역 사회가 나아갈 해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천동필 부경대 교수를 만나 부울경이 당면한 현실과 대응 방안을 들어보았습니다.

"수도권과 똑같은 첨단산업, 화려한 유니콘 기업의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지역 창업의 미래는 없다." 천동필 부경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진단은 서늘하고 단호했다.

부경대 용당캠퍼스 연구실에서 마주한 천 교수의 책상 위에는 지역 경제 지표와 해외 창업 사례를 다룬 두툼한 원서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창너머로 희미하게 짠 내음이 섞인 부산 앞바다의 해풍이 불어왔지만, 지역 창업 생태계의 민낯을 해부하는 그의 목소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현장과 이론의 괴리를 수없이 목도해 온 학자의 깊은 고뇌가 묻어났다.

■ 부·울·경 지역 먹거리 산업본질 20년간 변하지 않아
천 교수는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행정을 직격했다. 그는 "지자체 단체장들은 지역의 뿌리 산업이나 고유의 특성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화려한 첨단 산업만을 유치하려 든다"며 "과거 20년 치 재무제표를 분석해 봐도 부·울·경 지역을 먹여 살린 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정책만 허공을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의 문법을 지역에 억지로 이식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털(VC)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매서운 비판을 이어갔다.

천 교수는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자금을 풀어도 결국 투자를 집행하는 VC들은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지역 창업 생태계를 살리겠다고 조성된 자금조차 결국 수익성을 좇아 서울로 회귀하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 실패를 보완해야 할 정부 자금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
천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명확하다. 그는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를 대표적인 지역 창업의 성공 모델로 꼽았다.

그는 "마오타이 현이라는 작은 고산지대 마을이 세계적인 주류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 지역에서만 배양되는 특수한 미생물과 환경 덕분이었다"며 "과거 중국 정부가 이를 다른 지역으로 이식하려 10년간 시도했지만 철저히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의 유니콘 기업 ‘케레시스(Kerecis)’
천 교수는 지역 창업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지역 고유 자원과 첨단 기술의 융합’을 꼽았다.

그는 두번째 사례로 아이슬란드의 유니콘 기업 ‘케레시스(Kerecis)’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케레시스는 어촌에서 버려지던 대구 껍질을 활용해 화상 치료용 인공 피부를 개발한 의료 바이오 기업이다.

천 교수는 “지역의 흔한 부산물에 적정 기술을 입힌 덕분에 공장과 본사가 굳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옮겨갈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 앞에서도 지역 소멸과 청년 유출이 가속화되는 현실을 꼬집는 뼈아픈 일갈이다.

그는 실체 없는 실리콘밸리식 모방을 멈추고, 철저히 지역의 자원과 토양에 기반한 자생적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역 자원+기술=거대한 부가가치
지역 창업은 그 지역을 벗어나면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자원과 기술을 결합할 때 비로소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천 교수는 향후 지역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지역의 숨은 자원을 활용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실증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허울 좋은 유니콘의 신기루를 좇기보다 척박한 땅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마오타이'식 해법을 제시한 그의 통찰이 무겁게 다가온다.

부울경 이라는 텃밭에 맞는 진짜 씨앗을 찾아야 할때라고 설명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지윤 더파워 기자 press.giju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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