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 ‘효자송 고사 위기’ 보도 후 장비 투입·긴급 치료…주민 “진작 관리했어야” 뒷북 행정 ‘질타’
‘효자송 주변 제초제 사용 엄벌하라’ 현수막까지
천연기념물 관리단체, 수세 저하 원인 규명 요구
“고사 직전까지 예방 관리 왜못했나” 책임론 확산
▲천연기념물인 장흥군 장흥읍 옥당리 효자송에 고소작업차와 크레인 등이 투입돼 긴급보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는 ‘긴급보호 조치 안내’와 함께 ‘효자송 주변 제초제 사용 금지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더파워뉴스 손영욱기자)
[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속보>본보 지난 9월 2·4일자 「장흥군, 고사위기 옥당리 효자송 ‘긴급보호 조치’ 착수」 기사와 관련, 천연기념물인 ‘효자송’의 고사 위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관계기관이 긴급보호 조치에 나서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는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더파워뉴스가 효자송의 잎이 갈변하고 일부 가지가 말라가는 등 고사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장 상황을 보도한 이후 긴급보호 작업이 진행된데 따른 것이다.
병든 효자송 주변은 고소작업차와 크레인이 동원됐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나무가 심각하게 쇠약해지기 전에 발견하고 보호하지 못했느냐”는 관리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장흥 옥당리 효자송이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천연기념물 관리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당연히 언론 보도 이후 이뤄진 긴급 조치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주민 “언론 보도 뒤 움직이는 게 무슨 관리냐”
“언론에서 보도하니까 그제야 장비를 끌고 와 긴급조치를 하는 게 무슨 적극행정입니까. 천연기념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이번 긴급조치를 두고 강한 어조로 행정을 질타했다.
A주민은 “효자송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도 아닐 텐데 언론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야 장비가 들어오고 긴급조치를 하는 모습을 보니 답답하다”며 “천연기념물이라면 평소 지속적으로 살피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된 뒤에야 움직인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뒷북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응급처치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부터 관리했고 이상징후를 언제 처음 확인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의 이 같은 지적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수목 치료 문제가 아니라 천연기념물에 대한 사전 예방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제초제 사용 엄벌하라’ 현수막까지 등장
오죽하면 최근 효자송 현장에는 또 다른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붉은 글씨로 “천연기념물 옥당리 효자송 주변 제초제 사용 엄벌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효자송의 수세 저하 원인을 둘러싸고 병해충이나 자연적인 노쇠뿐만 아니라 주변 토양환경과 약제 사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수막의 주장만으로 실제 제초제가 사용됐는지, 제초제가 효자송의 수세 저하나 고사 증상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관계기관은 토양과 뿌리 주변에 대한 정밀검사와 필요할 경우 잔류성분 분석 등을 실시해 제초제 사용 여부와 효자송 생육 이상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그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관리단체는 ‘장흥군’…“그동안 무엇을 점검했나”
효자송은 일반적인 마을 보호수가 아니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장흥 옥당리 효자송’은 1988년 4월30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소재지는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160-1번지다. 관리단체는 장흥군으로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장흥군은 이제 주민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자료로 답해야 한다.
최근 5년간 효자송 정기점검은 몇 차례 실시했는가. 수세 저하와 잎 갈변, 고사지 발생은 언제 최초로 확인했는가. 이상징후를 확인한 뒤 어떤 조치를 했는가. 병해충 방제와 토양개량, 영양공급 등 예방관리에는 얼마의 예산을 투입했는가.
특히 과거 자료에서도 효자송 주변 토양환경에 대한 문제가 언급된 바 있어 장기간에 걸친 관리실태를 확인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사 직전 장비 투입이 적극행정인가”
천연기념물은 고사한 뒤 새 나무를 심는다고 복원되는 시설물이 아니다. 한 번 사라지면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자연유산과 지역의 역사, 주민들의 기억도 함께 사라진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핵심은 크레인이 몇 대 들어왔느냐, 고사한 가지를 얼마나 잘라냈느냐가 아니다.
왜 ‘긴급보호’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사전에 막지 못했느냐가 핵심이다.
더파워뉴스의 고사 위기 보도 이후 긴급조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면 장흥군은 보도 전까지 어떤 점검과 조치를 해왔는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언론 보도와 행정조치의 시간적 선후관계만으로 곧바로 관리 소홀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제기하는 ‘뒷북행정’ 논란을 해소하려면 말이 아닌 기존 관리기록으로 설명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정기점검 결과와 수목진단 기록, 병해충 방제 내역, 토양개량 사업, 관련 예산 집행 내역, 이상징후 최초 확인 시점, 전문가 자문 및 보고 과정 등을 공개하면 된다.
◇“효자송 살리는 것과 관리책임 규명은 별개”
마을 주민은 “지금이라도 나무를 살리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렇다고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를 따지는 문제가 묻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연기념물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고 문제가 터진 뒤에야 긴급조치하는 행정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효자송 관리 전반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장흥군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전문적인 방법을 동원해 효자송을 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왜 천연기념물이 ‘긴급보호’가 필요한 상황까지 내몰렸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언론 보도 뒤 장비를 투입하고 현수막을 내거는 것으로 행정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던진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장흥군이 관리기록과 정밀조사 결과로 답하지 못한다면 ‘뒷북행정’이라는 따가운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