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1098조5000억원…1인당 평균 3억4200만원
전체 연체율 1.99%로 장기평균 웃돌아…비은행권은 3.86%
취약 자영업자 41만1000명·보유대출 119조2000억원으로 증가
한은 “총량 리스크 관리되지만 질적 취약성 누증”…금리 상승 영향 경계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자영업자 대출이 1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1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 자체는 둔화하고 있지만 이미 연체에 빠진 차주가 장기간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취약차주의 신규 연체까지 늘면서 ‘빚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인 금융안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9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 금융시스템이 금융기관의 양호한 복원력과 대외지급능력을 바탕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취약부문 부실과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자영업자 부문에서 부실 신호가 뚜렷했다.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9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금융권 기업·가계대출의 2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대출 규모는 여전히 1100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차주는 321만2000명으로 지난해 말 321만1000명과 비슷했다. 반면 차주 1인당 평균 대출은 3억4000만원에서 3억4200만원으로 늘었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개인사업자대출이 74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2000억원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은 348조7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대출은 645조4000억원, 비은행권은 453조1000억원이었다.
문제는 연체다.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99%로 지난해 말 1.86%보다 상승했다. 2012년 이후 장기평균인 1.60%도 웃돌았다.
특히 비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86%로 전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2.71%까지 치솟았다.
취약 자영업자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차주를 의미한다. 이들은 올해 2분기 말 41만1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12.8%를 차지했다.
취약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말 40만4000명보다 7000명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도 같은 기간 114조6000억원에서 119조2000억원으로 4조7000억원 증가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10.9%를 차지했다.
연체에 한 번 빠진 뒤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도 심해졌다. 올해 2분기 자영업자의 연체지속률은 80.9%로 지난해 말 78.4%보다 높아졌다. 전분기에 연체 상태였던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다음 분기에도 연체를 이어갔다는 의미다.
취약차주의 연체지속률은 82.3%로 지난해 말 81.2%에서 높아졌고, 비취약차주 역시 74.0%에서 78.0%로 상승했다.
새로 연체에 빠지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낮아졌지만 취약차주만 놓고 보면 반대 흐름을 보였다.
2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진입률은 0.90%로 2022년 이후 크게 상승한 뒤 지난해부터 대체로 낮아지고 있다. 비취약차주의 연체진입률도 지난해 말 0.72%에서 0.60%로 하락했다.
반면 취약차주 연체진입률은 같은 기간 3.17%에서 3.60%로 상승했다. 이미 연체한 취약차주는 장기간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상 상환 중이던 취약차주 가운데 새로 연체로 진입하는 비율까지 높아진 셈이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은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총량 측면에서의 리스크는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 반면, 취약차주 수 및 대출 증가, 장기평균을 상회하는 연체율 등 질적 측면에서의 취약성은 누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연체율 상승에는 기존 연체의 장기화가 주로 영향을 미쳤으며 취약차주의 신규 연체 발생 증가도 가세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취약차주의 부담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금리 상승은 차입 수요와 자산가격 상승 기대를 낮춰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높이고 금융기관의 신용손실 위험을 키우는 양면성을 갖는다.
실제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이전부터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오르고 있다.
한은 분석에서는 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후 약 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고, 은행 연체율은 약 15개월 뒤 반응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 인상의 부담이 차주의 이자비용과 실제 연체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의미다.
가계 전체로 보면 아직 대응 여력은 비교적 양호하다. 2분기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로 전분기 1.00%보다 소폭 하락했다. 은행은 0.40%로 같았고 비은행은 2.26%에서 2.22%로 떨어졌다.
다만 전체 차주 가운데 취약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에서 6.8%로 소폭 상승했다.
기업 부문 역시 안심하기는 어렵다. 2분기 기업대출은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하며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장기평균을 상당 폭 웃도는 가운데 비은행권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2.88%에서 올해 2분기 3.44%, 개인사업자는 1.89%에서 2.22%로 높아졌다.
한은은 부동산과 숙박·음식 등 내수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다 금속제품과 석유화학 등 일부 제조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 회복의 효과가 기업 전체에 동일하게 퍼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 부동산도 금융안정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가주택보다 중·저가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폭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지난 8월 부동산 대책 이후 고가주택과 중저가주택의 흐름은 갈렸다. 7월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강남구가 1.28%, 서초구가 0.94% 하락한 반면 중랑구는 3.46%, 성북구 3.36%, 서대문구 3.15%, 강북구 2.92% 각각 상승했다.
한은은 고가주택에서는 과세 강화 등에 따른 매물 증가와 가격 상승세 둔화가 나타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는 매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 기대가 계속될 경우 정부 대책의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 분석에서는 앞으로 5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연평균 1.1%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할 경우 2027년 주택을 팔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 비중이 30.4%로 추산됐다. 상승 기대가 3.5%일 때는 19.8%로 떨어졌고, 최근 서울 수준인 8.2% 상승 기대가 이어질 경우에는 8.9%에 그쳤다.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더라도 주택을 계속 보유하려는 유인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신규주택이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금번 대책의 효과는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대출 증가 압력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5월 9조3000억원, 6월 8조3000억원에서 7월 6조4000억원, 8월 2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가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수도권 중·저가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한은은 봤다.
금융시장 자체의 불안 수준도 낮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금융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는 7월 19.3에서 8월 19.5로 상승했다. FSI는 12 이상이면 ‘주의’, 24 이상이면 ‘위험’ 단계로 분류되는데 현재 주의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장기 금융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도 2분기 말 46.5로 가계신용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지속했다.
비은행권에서는 유동성 관리 부담도 커졌다. 저축은행과 증권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유동성부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비율이 낮아졌다. 증권회사의 단기 시장성 부채는 2분기 말 30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38조7000억원보다 29.8% 증가했다.
다만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일반은행의 2분기 말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7.5%로 규제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7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15.5%로 모든 은행이 규제비율 100%를 상회했다. 외화 LCR은 179.3%로 규제비율 80%를 크게 넘어섰다.
외환부문도 현재까지는 충격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과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영향으로 한때 1555.8원까지 상승했지만 7월 이후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환시장 수급 개선 등에 힘입어 1300원대 중후반까지 하락했다.
대외지급능력 역시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단기외채 비중과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상승했지만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고려하면 여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은 향후 금융안정의 핵심 변수로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주요국 금리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을 꼽았다.
한은은 금융·외환시장과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불안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는 한편 향후 통화정책도 물가와 성장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