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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에서 스마트폰·車까지 번진 MLCC 품귀…직납가 30% 인상 시작된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25 08:35

9월 범용 MLCC 납기 일제히 확대…고용량 평균 22주·일부 규격 25주까지
서버용 넘어 스마트폰·PC·전장용도 품절…일부 재입고 시점 2027년으로 연기
삼성전기, 4분기 OEM·ODM 직납가 인상 전망…소비자용 25~30%·AI용 10~20%
일본 커패시터 수출액 사상 최대…AI 수요가 범용 공급까지 밀어내며 업사이클 진입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더파워 이경호 기자] 인공지능(AI) 서버에서 시작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 부족이 스마트폰과 PC, 자동차까지 번지고 있다. 고사양 제품으로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범용 MLCC의 납기가 다시 길어지고 일부 제품은 재고가 사실상 바닥났다.

공급 부족은 가격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통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던 가격 상승이 4분기부터는 완제품 업체와 제조업체 간 직거래 가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MLCC 시장이 단순 재고 조정이 아니라 가격과 물량이 함께 움직이는 업사이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월 중순까지 안정되는 듯했던 MLCC 리드타임은 9월 들어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범용 0201 규격의 납기는 17.5주에서 19.0주로, 0603은 17.8주에서 19.7주로 늘었다. 8월까지 16주대였던 0805와 1206도 각각 18.6주와 18.5주로 한 달 만에 2주 이상 길어졌다.

고용량 제품은 상황이 더 빡빡하다. 전 규격 평균 납기는 22주로 연초 16주보다 6주 늘었고, 2220 이상 고용량 제품은 20주에서 25주까지 뛰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사양 MLCC 수요가 늘면서 생산능력이 고부가 제품으로 이동한 영향이다.

이번 공급난이 과거와 다른 점은 부족 현상이 서버용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과 PC에 쓰이는 범용 고용량 10uF/0402 제품에서 삼성전기와 야게오 일부 표본이 품절됐고, PC 전원부용 22uF/0603에서는 무라타 제품도 재고가 소진됐다. 자동차용 범용 MLCC에서도 타이요유덴 일부 제품이 품절 상태에 들어갔다.

남아 있는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삼성전기 22uF/0603 제품의 유통 재고는 814개, 야게오 100uF/1206은 754개 수준까지 내려왔다. 사실상 품절에 가까운 수준이다.

재입고 일정도 뒤로 밀리고 있다. 삼성전기 10uF/0402의 재입고 예정 시점은 2027년 8월로 안내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2026년 11월로 표시됐던 47uF/0805 제품의 재입고 시점은 2027년 1월로 늦춰졌다.

재고 부족은 곧바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8월 중순과 9월 중순의 디지키 유통 가격을 비교하면 삼성전기 47uF/0805는 24%, 100uF/1206은 23% 올랐다. 전장·산업용 제품도 21~23% 상승하며 대부분 품목에서 약 20% 안팎의 가격 인상이 확인됐다.

일부 업체의 가격 상승폭은 훨씬 컸다. 야게오 47uF/0805 유통 호가는 한 달 사이 약 3.8배, 100uF/1206은 2.4배로 급등했다. 실제 제조사 출고가격보다 유통시장의 품귀 프리미엄이 먼저 폭발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무라타는 대부분의 표본 가격이 3% 이내에서 움직이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공급 부족 국면에서도 업체별 가격 전략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더 주목하는 것은 다음 단계다. 유통가격 상승이 제조사와 완제품 업체 간 직납가격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4분기 OEM과 ODM을 대상으로 MLCC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소비자용 X5R은 평균 25~30%, AI 서버용 X6S는 10~20% 수준의 인상이 거론된다.

의미는 단순한 가격 인상 이상이다. 지금까지 인상 범위가 유통상에 집중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직납 거래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납가격이 실제로 오르면 MLCC 업체의 실적에는 유통 호가 상승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제조사가 완제품 업체와 맺는 가격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만과 중국 업체들도 높은 가동률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일본 업체는 전면적인 가격 조정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상황이다. 향후 무라타 등 일본 업체가 가격 인상에 합류하느냐가 이번 사이클의 추가 상승폭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가격 인상 흐름은 올해 들어 이미 여러 차례 나타났다. 야게오는 일부 칩저항 가격을 10~20% 올렸고, 타이요유덴은 소비자용 수동소자를 6~13%, 서버용 제품을 10~30% 인상했다. 삼성전기도 지난 6월 AI 서버·전장용 고용량 MLCC 가격을 10~20% 조정한 데 이어 8월에는 중국 판매법인의 MLCC 출하가격을 30% 올렸다.

수요를 끌어올리는 중심에는 AI 서버가 있다. AI 가속기와 서버에는 기존 PC나 스마트폰보다 많은 고용량·고온 MLCC가 필요하다. 제조사들이 제한된 생산능력을 AI용 고사양 제품에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제품 생산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수요가 약한 스마트폰과 PC 시장에서도 MLCC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완제품 수요가 강해서라기보다 고사양 제품이 생산능력을 잠식하면서 범용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트렌드포스는 7월 들어 MLCC 시장을 '약한 수요, 강한 가격' 국면으로 평가했다.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는 부진하지만 AI용 고사양 제품으로 생산능력이 이동하면서 중·고용량 범용 MLCC까지 공급 공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8월 이후에는 분위기가 한 단계 더 바뀌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플랫폼 증설이 본격화되면서 고용량 제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와 소비자용 제품에서도 공급 부족을 우려한 선구매가 확대됐다.

주요 한국·일본 업체의 가동률은 풀가동 수준에 근접했고, 수주잔고와 신규 주문을 기존 출하량으로 나눈 BB Ratio도 상승했다. 공급업체들은 투기성 주문을 걸러내기 위해 유통망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판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AI가 만든 수요는 수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의 7월 커패시터 수출액은 5억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이 11% 늘어난 가운데 평균판매가격(ASP)이 14% 상승했다. 6월 10%에 이어 가격 상승 기여도가 다시 커진 것이다.

특히 대만향 수출액은 9570만달러로 전년보다 43%, 전월보다 46% 급증하며 기존 최고치를 크게 넘어섰다. 대만 ODM 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AI 서버 플랫폼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일본산 고사양 MLCC 투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대만에서도 MLCC를 포함한 수동소자 업종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8월 수동소자 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48% 증가했다. AI 서버 수요가 일본과 한국 업체뿐 아니라 대만 공급망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공급 부족은 글로벌 공급망 자체도 바꾸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업체가 AI용 고사양 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저·중사양 범용 제품 물량은 중국 업체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HP와 아수스, 에이서, 콴타, 페가트론 등 PC·서버 업체들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중국 MLCC 업체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다만 고사양 제품에서는 아직 한국과 일본 업체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 중국 업체가 범용 물량을 흡수하더라도 AI 서버용 고용량 제품은 수율과 기술력 제약 때문에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MLCC 사이클의 핵심은 스마트폰이나 PC 판매량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있지 않다.

AI가 고사양 MLCC를 빨아들이면서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재배치했고, 그 결과 범용 제품까지 공급이 줄었다. 부족해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선구매가 다시 재고를 소진시키고, 유통가격 상승이 직납가격 인상으로 번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2027년 이후까지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직납가격 인상과 우호적인 가격 조건의 장기공급계약(LTA)이 실제 체결될 경우 2027~2028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유통 채널에서 시작된 인상이 직납으로 전이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직납 인상과 우호적 가격의 LTA가 2027년과 2028년 실적의 업사이드를 만들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공급난의 강도를 결정할 변수는 남아 있다. 삼성전기의 4분기 직납가격 인상이 실제로 시행되는지, 아직 가격 조정에 신중한 무라타가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지, 유통업체가 소진된 재고를 얼마나 빠르게 다시 채우는지가 핵심이다.

서버에서 시작된 MLCC 부족은 이제 스마트폰과 PC, 자동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재입고 시점은 2027년까지 밀렸고 일부 제품 가격은 한 달 만에 몇 배씩 뛰었다.

AI 서버가 만들어낸 고사양 부품 수요가 범용 MLCC의 공급까지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이클은 단순한 AI 부품 호황을 넘어 전자부품 전반의 가격 구조를 다시 바꾸는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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