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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는 제자리인데 고무값 39%·운임 164%↑…타이어 업계, 4분기 '가격 인상'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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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는 제자리인데 고무값 39%·운임 164%↑…타이어 업계, 4분기 '가격 인상' 승부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26 09:05

8월 누적 글로벌 신차용 타이어 -2%·교체용 +1%…저성장 기조 지속
천연고무 38%·합성고무 39%↑…SCFI 3688포인트로 전년比 164% 급등
업체들 6월부터 지역별 2~5% 판가 인상…효과는 4분기부터 본격 반영
원가 투입까지 3~6개월 시차…"2027년 상반기까지 스프레드 부담 이어질 수도"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타이어 업계가 수요 정체 속 원가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글로벌 타이어 판매량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은 전년보다 40% 가까이 뛰었고 해상운임까지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업체들은 이미 타이어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판가 인상보다 원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올해 4분기부터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더라도 최근 급등한 원재료 가격이 3~6개월 뒤 투입원가로 넘어오면 2027년 상반기 다시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글로벌 승용차용 신차용(OE) 타이어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고 교체용(RE)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완성차 시장 둔화와 소비심리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물량 측면에서는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OE는 완성차 공장에 공급되는 신차용 타이어, RE는 이미 판매된 차량이 일정 기간 주행한 뒤 교체하는 타이어를 뜻한다. 통상 RE가 OE보다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지만 올해는 교체 수요 역시 강하지 않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8월 글로벌 OE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5% 감소했다. 유럽은 9%, 북중미는 3%, 중국은 6% 각각 줄었다. 8월 누적으로도 글로벌 OE 판매는 2% 감소했고 중국은 7%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구매 관련 세제 혜택 변경이 신차 수요에 영향을 줬다. 기존 10% 면세에서 5% 면세로 조정되면서 실제 구매세 부담이 0%에서 5%로 높아진 영향이다.

교체용은 상대적으로 버텼다. 8월 글로벌 RE 판매는 2% 증가했고 북중미도 2% 늘었다. 유럽은 1% 감소했고 중국은 보합 수준이었다.

8월 누적으로는 글로벌 RE가 1% 늘어난 가운데 중국이 7%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판매된 신차가 교체 주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타이어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북중미는 누적 기준 3% 감소했다.

수요보다 더 큰 문제는 원가다. 9월 중순 기준 천연고무 가격은 톤당 2457달러로 한 달 전보다 3%, 전년 동기보다 38% 상승했다. 합성고무 가격은 톤당 2230달러로 전월 대비 12%, 전년 대비 39% 올랐다.

합성고무의 주요 원재료 가격은 더 가파르다. 부타디엔과 스티렌 가격은 한 달 새 각각 10% 상승했고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52%, 57% 뛰었다.

천연고무 공급 차질과 함께 글로벌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으로 합성고무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겹쳤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수년래 고점 수준에 접근하면서 타이어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타이어를 해외 공장과 판매처로 실어나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월 중순 3688포인트까지 올라 전월보다 8%, 전년보다 164% 상승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상승률은 148%에 달한다. 현재 운임은 2024년 홍해 사태로 희망봉 우회가 본격화했을 당시 수준까지 올라왔다.

고무와 해상운임이 동시에 오르자 타이어 업체들도 가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지난 6월부터 지역별로 2~5% 수준의 판가 인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3분기에는 일부 효과만 반영되고 4분기부터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통상 타이어 업체의 수익성을 볼 때는 판매가격과 원재료 투입가격의 차이인 '판가-원가 스프레드'가 중요하다. 타이어를 비싸게 팔더라도 고무와 보강재 등 투입원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올해 흐름도 이 구조가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3분기에는 높아진 투입원가 영향으로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4분기부터 판가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다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최근 원재료 현물가격 상승이 아직 끝난 원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타이어 생산에 실제 투입되는 데 통상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현재 급등한 고무 가격이 2027년 상반기 원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4분기 가격 인상으로 잠시 수익성이 좋아지더라도 내년 상반기에 다시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원재료 수입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비용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수출과 해외 판매에서 벌어들이는 외화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 전체 이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세 역시 글로벌 타이어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관세와 유럽의 중국산 타이어 반덤핑 관세 등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물량이 기존 시장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량까지 다른 시장으로 몰리면 업체들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 여력도 제한될 수 있다.

상용차용 타이어에서는 지역별 방향이 더 엇갈린다. 8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용차용 OE 판매는 9% 증가했고 북중미는 22%, 유럽은 9% 늘었다.

반면 교체용에서는 북중미가 5% 감소했다. 관세 정책 영향으로 수입이 줄면서 도로 화물 수요가 약화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8월 누적으로 북중미 상용차용 RE 판매는 12% 감소한 반면 남미는 24%, 유럽은 10% 증가했다.

이처럼 수요가 강하게 늘지 않는데 비용만 먼저 뛰면서 타이어 업체 주가도 부담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원가와 환율 부담이 선반영되면서 주요 타이어 업체 주가가 10~15%가량 조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반전 조건도 명확하다. 원재료 현물가격이 다시 내려가거나 현재 2~5% 수준인 판가 인상이 추가로 이어지고, 환율까지 안정돼야 수익성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로는 원재료 Spot 가격의 하락과 판가의 추가 인상, 환율 안정 등이 주가 촉매로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단기 원가보다 생산능력 확대와 시장점유율 상승,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타이어 수요가 한 자릿수 저성장을 이어가더라도 생산량을 늘리고 프리미엄·고인치 타이어 판매를 확대하거나 경쟁사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업체는 외형과 이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가 단기 비용 악화에도 타이어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결국 하반기 타이어 업계의 싸움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가격을 올리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OE 판매는 줄었고 RE도 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는 1년 새 약 40%, 해상운임은 160% 넘게 올랐다. 가격을 그대로 두기에는 원가 부담이 너무 커진 셈이다.

4분기에는 이미 단행한 2~5% 가격 인상이 수익성 회복을 시작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고무 가격이 다시 2027년 원가로 넘어오는 만큼 한 차례 가격 인상만으로 끝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판매량은 크게 늘지 않고 원가는 계속 움직이는 시장. 타이어 업체들의 다음 실적을 가를 숫자는 판매량보다 판가와 원가가 얼마나 빠르게 벌어지느냐가 될 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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