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기록과 미래 100년의 설계’ 학술대회 성료…역사적 재정립부터 지역 상생까지 ‘다각적 발전 방향’ 모색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개관 9주년을 기념해 ‘고흥분청문화박물관 10년의 기록과 미래 100년의 설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사진=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신용원 기자)
[더파워 신용원 기자] 조선시대 주요 생산지인 고흥 분청사기의 지난 10년간의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보존해 온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고흥군은 30일 ‘고흥분청문화박물관 10년의 기록과 미래 100년의 설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현대적 가치로 치환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여한 학계 및 박물관 현장 전문가들은 다각적인 시선에서 고흥 분청사기의 미래를 조명했다.
◇고흥 가마터 가치 재조명 등 4대 주제 발표
본 발표 세션은 고흥 분청사기의 정체성과 발전 가능성을 심도 있게 다룬 4개의 핵심 주제 발표로 진행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이종민 충북대학교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고흥 분청사기의 도자사적 의미와 위상의 재정립’을 통해 학술적 깊이를 더하며 고흥 가마터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박은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본질에서 혁신으로: 전시·교육 연계를 통한 경험의 재구성’을 주제로 관람객의 입체적 체감을 유도하는 전시기획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최선주 중앙대학교 교수(예술경영학과)는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박물관: 고흥분청문화박물관과 지역 커뮤니티의 상생’을 역설하며 공립박물관의 지속 가능한 사회적 역할을 제언했다.
▲고흥분청사기 브랜드 '운대1450(UNDAE 1450)'의 출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 갤러리 TYA에 전시된 상품.(사진= 사진= 고흥군 제공)
◇정두섭 관장 "현대 생활양식 결합" 공감대 형성
발표자 가운데 가장 큰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은 정두섭 관장의 발제였다. 정 관장은 강원도 양구군의 백자 활성화 성공 사례를 모범으로 제시하며, 고흥 분청사기 역시 '관람'을 넘어선 '실용과 대중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장은 ‘분청사기의 현대적 확장과 관광 활용 전략: 보는 문화유산에서 쓰는 문화유산으로’를 발표하며 분청사기의 실용적 산업화와 관광 융합 가능성을 강조했다.
양구군이 백자를 단순한 유물로 남겨두지 않고 지역 사회의 일상과 산업에 적극적으로 접목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고흥 분청사기 또한 현대인들의 생활양식과 결합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 자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 진열장을 벗어나 지역 음식점, 카페, 숙박시설 등 생활 공간 전반에서 쓰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는 주장에 참석자들은 깊이 공감했다.
◇지역 브랜드 안착 등 현실·경제적 유인책 제기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종합 토론에서는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흥 분청사기의 브랜드 파워 강화와 지역 문화자원의 효율적인 연계 방안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토론 과정에서는 이러한 활성화 비전이 순탄한 길만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도 대두됐다. 분청사기를 지역 브랜드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공감을 넘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여러 자원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주민, 도예가, 관광사업자 등 참여 주체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며, 제품 품질 및 공급의 안정성, 제작비와 운영비 부담, 유통 및 홍보 등 해결해야 할 실무적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이 토론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공론화되며 열띤 논쟁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한 토론자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통해 실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장벽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컨대 지역 음식점에서 일반 식기 대신 분청 식기를 사용할 경우, 지역 도예가에게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될 수 있으나 식당 업주 입장에서는 높은 구매 비용과 파손 시 교체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의 주체로 개최된 학술대회에 참석한 발표자가 감사패를 받고 있다.(사진=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신용원 기자)
◇관광·산업 지속 가능한 지역 상생 방안 모색
따라서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화적 당위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여건을 반영한 경제적 유인책이 함께 설계됐어야 한다는 점이 향후 우려되는 과제로 남았다.
아울러 박물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기존의 수집과 전시라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창작, 관광, 산업을 아우르는 융합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분담해야 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의견도 덧붙여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고흥 분청사기가 걸어온 지난 10년의 기록을 되짚어보고, 일상 속 '쓰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미래 100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뜻깊은 출발점이었다는 평가다.
제기된 현실적인 우려와 과제들을 지역 사회가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지, 고흥 분청사기의 새로운 도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고흥군은 학술대회에서 수렴된 학술적 제언들을 향후 전시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