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KCGI가 DB하이텍에 보낸 주주서한을 지난 1일 공개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보통주 312만8300주)를 보유하고 있다.
KCGI는 먼저 "DB하이텍 경영진들과 만나 거버넌스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했지만, DB하이텍 측이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CGI는 지난 4월 20일 주주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같은 달 27일 DB하이텍이 구체적인 안건을 먼저 제시해 달라고 답하자, KCGI는 지난달 4일 안건 제시와 함께 기타 자료 등을 요청했지만 DB하이텍은 대면 협의 일정에 관한 논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KCGI는 지난달 19일 세 번째 공문을 통해 한 번 더 대면 협의 일정을 협의해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KCGI는 "DB하이텍의 지배주주 및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게 됐다"면서 "주주 서한 공개만이 DB하이텍의 주주·시장과의 소통, 이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끌어낼 유일한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주가 저평가 원인으로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불투명한 경영 및 내부통제 미비 △무시되고 있는 주주권익 등을 꼽았다.
KCGI는 "DB하이텍은 사실상 지배주주의 개인회사와 약 660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진행했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남호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은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데, 이들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68억원으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면서 "반면 같은 기간 등기임원 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꼬집었다.
KCGI는 "DB하이텍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팹리스 자회사 DB글로벌칩의 물적분할을 강행했다"며 "지배주주 및 경영진이 일반주주와의 소통을 얼마나 경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주주총회"라고 비판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강화 통한 경영 투명성 및 경영 효율성 제고 △주주권익 증진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CGI는 특히 "DB하이텍은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처럼 경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와 김남호 회장의 책임경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KCGI는 "최소한의 주주권 보호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1인 지명권 보장 및 해당 이사를 이사회 내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