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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디트리히 볼래스의 '성장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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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디트리히 볼래스의 '성장의 종말'

최병수 기자

기사입력 : 2025-02-10 09:42

"21세기 저성장은 20세기에 이룬 성공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디트리히 볼래스의 '성장의 종말'
저자는 21세기부터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는 경제적 실패가 아니라 20세기의 성공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행태가 바뀌고, 대가족 중심이었던 사회가 핵가족 형태로 변화했다.

또한, 많은 노동자가 제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경제가 후퇴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선택한 결과다.

20세기에는 경제가 연평균 2.25% 성장했지만, 21세기에는 약 1.0%로 감소했다. 성장 둔화 폭(1.25%P)을 분석하면 네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적자본 감소(0.8%P)’와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이동(0.2%P)’이다. 이 외에도 ‘기업과 노동자 간 재분배 감소(0.15%P)’, ‘지리적 이동성 감소(0.1%P)’가 성장 둔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특히 1인당 인적자본 증가율이 20세기 0.96%에서 21세기 –0.15%로 떨어졌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저자는 이를 경제적 성공의 결과로 본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낮아졌고, 여성의 교육 및 직업 선택권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장 둔화 1.25%P 중 약 2/3를 차지한다.

상품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바뀐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가격 상승이 크지 않고 생산량 증가도 더딘 특성이 있다. 그 결과,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공산품 생산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렸다. 게다가 서비스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지만, 공산품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예를 들어, 고등교육비는 12배, 의료비는 5배 증가하지만, 일반 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

노동자는 더욱 생산적인 일자리로 옮겨가고, 생산적인 산업체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어서 생산성 향상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동자의 이동성과 이직률이 낮아지면서 성장 둔화에 영향을 주었다. 기업의 독과점이 심화하면서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기회가 줄어든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시장 지배력 변화를 추진한 세력은 서비스로 이동시킨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분배를 왜곡한다는 의미에서는 실패지만, 성장 둔화 자체를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은 아니다.

불평등 증가, 세금과 규제, 중국과의 무역 문제는 성장 둔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불평등이 심화하였다고 해도 인적자본 축소나 산업 구조 변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기업의 독점이 심해지면서 성장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문제는 있지만,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교육양극화가 인적자본 감소의 일부 원인이긴 하지만, 그 영향은 인적자본 증가율 부분에서 1/8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서비스 중심 경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교육 불평등이 영향을 미친 비율도 20% 정도에 그쳤다.

보수 경제학자들은 세금과 규제가 성장 둔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그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본다. 주택 규제가 실패하면서 생산성 증가율을 연 0.1% 낮추기는 했지만, 법인세 등 기업에 대한 실질 세율이 낮아졌음에도 투자가 늘지 않았기 때문에 GDP 성장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기업들은 늘어난 수익을 투자나 혁신이 아니라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등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했다. 즉, 정부의 재정·규제 정책은 경제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분배의 문제다. 저자는 미국에서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에 어떤 효과도 없었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 무역이 노동자와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성장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 중이었고, 중국과 무역이 그 속도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다. 따라서 무역 논쟁은 성장률 자체보다는 무역의 승자와 패자 간 보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성장 둔화와 무역의 관계는 미미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저자는 성장 둔화를 경제 실패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 중심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성장 둔화가 경제적 개선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생활 수준 향상이 빠른 성장과 동시에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경제적 목표를 달성한 상태에서 여가와 가족 중심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런 선택이 성장률을 낮추긴 했지만,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결국, 느린 성장은 대규모 경제적 성공에 대한 자연스럽고 최적의 반응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글: 이병록 예비역 제독·정치학 박사·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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