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고위급 ‘2+2 통상 협의’를 통해 사실상 관세 협상의 첫 단추를 끼웠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7월 패키지(July Package)’ 마련을 제안하며 양국 간 통상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의 틀을 마련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85분간 진행된 협의는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의제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향후 실무협의와 고위급 접촉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부과한 상호 및 품목별 관세에 대한 면제와 예외를 요청하며, 무역·투자·조선·에너지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외국산 차량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양국은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협의 과제를 좁히고 논의 일정을 공유한 것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안 장관도 “미국 조선업 재건과 한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 등 상호 기여 방안을 제시하며 상당히 좋은 출발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의 향후 일정은 실무 차원의 기술적 협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다음달 15~16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그리어 대표와 추가 고위급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부와 USTR 간 복수의 실무 작업반도 구성하기로 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협의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해 “한국이 최고 수준의 준비(A Game)를 해왔다”며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고 밝혀 미국이 조속한 성과 도출을 희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다만 한국은 6월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을 감안해 협상 마무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기는 ‘질서 있는 협의’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합의는 대선 이후 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이번 협의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쌀·소고기 수입 확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민감한 사안은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양국은 환율 정책에 대해서도 기재부와 미 재무부 간 별도 협의 채널을 통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의는 한미 간 첫 공식 통상 협의로서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실무 논의의 기반을 다지는 자리였다”며 “우호적 분위기 속에 통상 논의의 구조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