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가운데,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데이팅앱이나 SNS를 통해 외국인 여성으로 접근해 연인관계를 맺고, 가짜 거래소를 통해 투자금 편취로 이어지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상자산 투자사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외국인 여성이 ‘한국 여행을 준비 중’이라며 접근해 일상 대화를 지속하고, 결혼·자녀계획까지 언급하며 마음을 사로잡은 뒤 투자로 유도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른바 ‘로맨스 스캠’은 SNS나 데이팅 앱에서 매력적인 외모의 전문직으로 위장한 인물이 장기간 호감을 쌓고, 피해자에게 가상자산 투자 성공담을 공유하면서 결혼 자금 마련 등을 핑계로 투자를 권유하는 수법이다. 투자자는 소액을 입금해 수익과 출금이 실제 가능한 것을 경험하고 안심하게 되며, 이후 거액 투자를 유도당한다. 하지만 결국 출금이 차단되고 ‘세금을 내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다가 잠적한다.
실제로 50대 남성 A씨는 데이팅 앱을 통해 일본인 여성 B씨와 교제하게 됐고, B씨의 말에 따라 가짜 거래소에 가입해 총 1억520만원을 투자했다. 초기 수익금이 출금되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지만, 이후 출금이 막히고 ‘세금’을 핑계로 추가 입금을 요구받다가 결국 연락이 끊겼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수상한 접근이나 투자 권유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가상자산 투자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먼저, 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모르는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준비 중’이라며 접근해 오는 경우다.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며 음식이나 관광지 추천을 부탁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려는 시도는 사기범들이 신뢰를 쌓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수법이다. 실제로는 여행 의도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는 것도 피해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온라인에서 만난 이성이 짧은 기간 내에 지나치게 호감을 표현하고, 결혼이나 자녀 계획 같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감정적으로 밀착하려는 경우다. 피해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심리적 지배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통해 투자 권유가 이뤄질 때 쉽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세 번째는 자신을 변호사, 의사, 금융전문가 등으로 소개하며,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이성이 등장할 경우다. SNS 사진과 대화 내용을 통해 경제적 여유와 전문성을 강조하며 신뢰를 쌓고, 이후 자연스럽게 투자 이야기를 꺼낸다. 이런 경우 상당수가 도용된 사진을 사용한 가짜 인물이며, 직업이나 신분도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는 가상자산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며, 자신이 이용 중인 거래소를 소개하고 링크를 보내주는 상황이다. 이 링크는 실제 거래소처럼 꾸며진 가짜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고, 사용자를 가입시키고 소액 수익을 보여준 뒤 거액 투자로 유도해 출금을 막는 수법이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방식은 피해자가 가짜 거래소를 진짜로 착각하고 사기범의 말을 신뢰하게 만드는 핵심 전략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유형의 접근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즉시 경계심을 갖고 거래나 투자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연인 관계로 진전된 상황에서 사기범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고, 심리적 지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이들은 가짜 거래소를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꾸미고, 한국어로 구성된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투자금을 가로챈다.
금감원은 “해외 거래소라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고 없이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인지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경우 즉시 경찰(112) 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중 “가상자산 투자사기 피해예방 집중 홍보”를 시행하고, 유사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캠페인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