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용시장에서 신규 채용이 7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비자발적 실직자는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8일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채용시장 한파 심화 △비자발적 실직자 증가 △초단시간 일자리 급증 △자영업 감소와 구조 변화 등을 주요 특징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채용 지표인 근속 3개월 미만 임금근로자 수는 2023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만2천명이 줄어드는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취업 유예가 증가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면 취업을 미루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신규 대졸자는 19만5천명으로 2020년 이후 가장 적었고,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한 인원은 1만8천명으로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자발적 실직자도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는 137만3천명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3만9천명↑), 제조업(2만1천명↑), 도소매업(2만5천명↑), 숙박·음식점업(1만2천명↑)에서 실직자 수가 늘어났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올해 1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전년 동월 대비 304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반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임금근로자는 지난해 140만6천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96만6천명)과 비교해 44만명 늘어난 수치다. 경총은 “플랫폼 종사자나 N잡러(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사람) 증가 등 고용 형태의 다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초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기혼 여성이 10만명(69.7%)을 차지, 자발적 선택이 늘어났다는 해석도 내놨다.
또한,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8%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내수 침체와 경기 불황으로 인해 도소매업 등 전통 자영업이 위축된 반면, 정보통신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에서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 자영업자는 각각 3만5천명, 1만2천명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은 2만3천명 늘어나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이 두드러졌다.
경총은 “경기 침체로 폐업하는 30~40대 자영업자가 늘어난 가운데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층이 자영업에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얼어붙은 채용시장과 원치 않는 퇴사 같은 불안 요인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인력이 노동시장으로 빠르게 재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 체계를 개선하고, 채용을 옥죄는 노동시장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