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 첫 교황 탄생…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선출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교황청은 8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결과, 미국 시카고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레오 14세(Leo XIV)’를 택했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성 베드로 대성당 종소리가 울린 이날 오후 6시 8분경, 교황 선출 사실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서, 콘클라베 둘째 날 네 번째 투표 만에 새 교황이 확정됐다.

로버트 프레보스트는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으로 1985년부터 페루에서 선교 활동을 이어왔다.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202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바티칸 중심 인사로 부상했다.

레오 14세는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에 능통하며, 환경과 빈곤,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교황청 주교부 장관 시절에는 주교 후보 추천 과정에 여성 참여를 확대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끌었다.

교황으로 선출된 뒤 그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라는 첫 인사를 이탈리아어로 건넸고, 이어 스페인어로도 반복하며 페루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후에는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 축복을 선포했다.

레오 14세라는 즉위명은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정의를 강조한 교황 레오 13세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황청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레오 14세의 즉위명은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와 인공지능(AI) 시대의 삶과 노동에 대한 교회의 고민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공식 즉위 미사는 오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며, 12일에는 전 세계 언론과 첫 공식 대면에 나선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가 첫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은 진정한 영광”이라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