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신장을 가진 아동의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성장 욕구’ 중심의 사용 행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3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원장 이재태)은 최근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공급·처방 실태, 이상사례 보고, 사용자 인식 등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비급여 영역을 포함해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사용 현황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다.
NECA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의학적 질환이 없는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단순 키 성장 목적의 사용이었다. 심지어 조사 대상 아동 6명 중 1명은 또래 평균보다 키가 큰 경우였으며, 건강보험 급여 기준인 ‘저신장’ 아동은 41%에 불과했다.
공급 및 청구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공급 금액은 2019년 1,900억 원 수준에서 2023년 약 4,800억 원으로 약 2.5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건강보험 청구 환자 수도 7~8배 증가해 2023년에는 3만7,017명에 달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사용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NECA는 질환이 없는 정상 신장 아동에 대한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국내외 연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보고된 이상사례는 총 6,309건에 이르며, 그 중 주사 부위 통증·출혈 외에도 사망(2건), 암종(4건) 등 중대한 부작용 사례도 포함돼 있다.
NECA는 아동 보호자들이 성장호르몬 외에도 키 성장 보조제, 기구 요법, 한약 등 다양한 방법에 평균 월 2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 부족과 의료진 간 상이한 의견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윤지은 NECA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사용 실태를 처음으로 종합 분석한 사례로, 정상 아동의 무분별한 사용이 과학적 근거 없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성장 욕구 중심의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고,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