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이 ESG 공시 의무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들도 ESG 체계 구축과 대응 전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ESG 관련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통해 2028년까지 약 5만 개 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국 기업 중에도 약 160여 곳이 직접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침은 환경 정보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인권과 거버넌스까지 요구해 실질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 3월 대형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Scope 1, 2) 공시를 의무화하는 기후공시 규칙을 최종 채택했다. 비록 ‘간접 배출(Scope 3)’은 제외됐지만, ESG 관련 재무 리스크 공개 의무가 강화된 셈이다.
이와 맞물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해 6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S1·S2’를 발표하고, 이를 글로벌 ESG 공시 기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등은 이미 ISSB 기준 도입 계획을 밝혔으며, 국내는 오는 2026년부터 유가증권 상장사에 도입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ESG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거나, ESG 연계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등 경영 전반의 ESG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약 63%가 ESG 위원회를 설치했고,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성과와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한편 ESG 투자 규모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ESG 투자 자산 규모는 약 30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운용 자산의 36%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2023년 말 기준 전체 주식운용 자산의 약 23%를 ESG 요인을 반영해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ESG·탄소중립 주장에 대한 증빙 책임을 기업에 부과하고 있으며, 한국도 올해부터 환경표지제도와 ESG 평가 가이드라인 개편을 추진 중이다.
ESG 경영이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닌 기업 생존 전략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ESG 공시 대응 역량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