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민진 기자]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에버켐텍을 비롯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경험을 계기로 국산화에 나선 이후, 최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중 갈등은 반도체와 핵심 광물을 둘러싸고 무역 장벽을 높이며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와 전기차에 필요한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제한하며 대응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의존이 전략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한국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핵심 3대 소재의 70~90%를 일본에 의존하면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했다. 이후 정부와 기업은 소부장 국산화에 나섰고, 이는 현재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 대응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기술 확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일본 의존도가 높던 첨단 소재를 국산화해 대기업의 생산라인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에버켐텍은 전도성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CNT) 분산 기술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용 대전방지 코팅제를 국산화해 국내 주요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DCT머티리얼은 반도체 미세공정용 하드마스크를 자체 기술로 양산하고 있으며,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에버켐텍은 최근 하이브리드 나노기술을 적용해 이차전지 집전체용 고전도성 프라이머를 개발했다. 또 식품 포장재 분야에서 친환경 소재 ‘넥스리어’를 출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전고체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 개발을 진행 중이며, 솔브레인은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업계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 또한 소부장 기업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감소했으며, 관련 기업들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국산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버켐텍을 비롯한 소부장 강소기업들의 협력 확대와 공급망 내 입지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