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철강 시장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회 통과를 앞둔 ‘K-스틸법’이 시행될 경우 중국산 철강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29일 발표한 ‘철강금속 Weekly’ 보고서에서 “K-스틸법은 원산지 규정 강화, 저가·저품질 철강 수입 제한, 반덤핑(AD) 회피 방지 등을 핵심으로 한다”며 “특히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보완하는 효과가 커 수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 철강 수입국 가운데 두 번째 규모로, 대(對)한국 수출 물량은 819만톤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열연은 161만톤으로 전체의 19.6%, 후판은 147만톤으로 14.1%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평균 반덤핑 관세율이 30%까지 적용될 경우 중국산 중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돼 수출 물량이 80만톤 이하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국가에서도 관측된다. 최근 베트남은 중국산 열연에 대해 19.38~27.83%의 반덤핑 임시 관세를 부과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수주 내 중국산 철강과 관련 제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역시 지난해부터 한국산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면서, 1~8월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25억달러에 그쳤다. 수출량은 227만톤으로 전년 대비 4% 감소에 그쳤지만,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철강 가격은 관망세를 이어갔다. 열연 유통가는 톤당 82만원, 철근은 70만5000원, 후판은 92만원으로 전주와 변동이 없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일본·중국산 열연에 28.16~33.57%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향후 가격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 철강 가격은 태풍·홍수 등 기상 악화와 국경절 연휴를 앞둔 거래 감소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원재료 시장에서는 중국 철광석 수입가가 톤당 102.5달러로 전주 대비 2.4% 하락했고, 한국 고철(스크랩) 가격은 톤당 37만6000원으로 1.8% 내렸다. 호주산 원료탄 가격은 톤당 187달러로 보합세였다. 비철금속 가격은 전기동이 톤당 1만143달러로 2.2% 올랐으며, 금(온스당 3776달러, +2.7%)과 은(46.7달러, +9.7%)도 강세를 보였다.
철강업계 주가는 글로벌 수급 악화 우려 속에 대체로 하락세였다. 국내에서는 POSCO홀딩스(-2.8%), 현대제철(-6.3%), 세아베스틸지주(-4.4%), 고려아연(-2.6%) 등이 약세를 기록했다. 해외 주요 업체는 중국 바오스틸(+0.7%), 아르셀로미탈(+4.7%), 미국 뉴코어(+3.6%)가 상승했으나 일본제철(-2.1%), 인도 타타스틸(-2.4%) 등은 하락했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주가는 중국 철강 수급 악화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로 대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중국 철강 수출 감소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주도력이 강화되며 시장 구도가 국산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