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대규모 해킹 사태로 신뢰가 추락한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공개 모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모 시작과 동시에 일부 후보들이 인공지능(AI) 서적을 잇달아 출간하며 ‘이미지 경쟁’에 나서자 내부에서 “CEO 선임이 정치판처럼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이 KT의 IT 비전문성 경영 구조를 지적한 지 한 달 만에, CEO 공모 과정이 다시 도마에 오른 셈이다.
KT는 현재 통신, ICT, 클라우드·빅데이터, 미디어·콘텐츠, 금융, 부동산 등 44개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복잡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이끌 ‘융합형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선 특정 위원회가 AI 전문가를 밀고, 대형 로펌이 친정부 성향 후보를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 의원은 KT의 해킹 대응 미흡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교체용 유심 재고가 전체 가입자의 3%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민 통신 안전을 책임지는 KT는 단순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 인프라 운영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비피해자를 구분해 위약금 면제를 최소화하는 태도는 책임 회피”라며, 최대 53만원의 위약금을 부담한 피해자 구제책 부재를 질타했다.
김 의원은 경영 구조의 문제도 꼬집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이 회전문처럼 오가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킹 은폐·축소 논란은 IT 비전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보안과 기술 역량을 갖춘 진짜 전문가가 CEO로 나서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비전에도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KT의 보안 취약이 민영화 이후 ‘정치적 인사’ 중심의 CEO 선임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중심 경영으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반복하면서 통신 인프라 투자와 보안 강화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KT는 최근 적자 자회사인 KT넥스알과 KT링커스를 흡수합병하고, 롤랩·플레이디 지분을 매각하는 등 사업 정리에 나섰지만, 핵심 네트워크 인력 유출과 투자 위축이 보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2025년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경영 철학의 실패”라며 “실적보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IT 전문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