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KT 이사회가 오히려 인사권과 조직개편권을 이사회가 직접 틀어쥘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최근 부문장급 임원 인사 및 주요 조직개편 사항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의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내부 규정 개정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로써 차기 CEO가 새로 부임하더라도 ‘김영섭 체제’에서 선임된 임원 인사를 교체하거나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 사실상 이사회가 개입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사회가 김영섭 대표를 영입했던 라인을 보호하기 위한 기득권 알박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부문장급 경영임원 및 법무실장 임면, ▲주요 조직의 설치·변경·폐지 등 핵심 인사 및 조직 관련 사항이 포함됐다. 경영진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지는 인사권을 이사회가 직접 사전 통제하는 것은 ‘월권’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KT 이사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여전히 ‘주인 없는 민영기업’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현 이사회가 김영섭 체제에서 주요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구성된 8명의 사외이사 중심으로 꾸려져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된 이번 규정 개정이 오히려 ‘관치형 이사회’의 자기보호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차기 CEO가 어떤 인물이 되든 이사회가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AI 전환과 조직 혁신이라는 과제가 절실한 상황인데, 이사회가 내부 권력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경영 개입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