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의 미국 버지니아급, 국내의 K-원잠 병행 건조안 현실적 대안
한화오션 “양국 기술과 산업이 상생하는 공정한 협력모델 가능”
이재명(단상 위)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더파워 이용훈 기자]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가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십야드(필리조선소)를 잠수함 건조 후보지로 직접 지목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 해군이 사용할 원자력추진잠수함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건조와 어떤 형태로 병행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사업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와 연계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국내 조선소의 기술력과 기반을 감안하면 한국 내 건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여전히 우세하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잠수함 자체 건조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필리조선소는 아직 군용 특수선 건조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병행 건조는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언급한 것은 단순한 발언이 아닌, MASGA를 통한 전략적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MASGA 펀드를 활용하면 필리조선소의 시설 현대화와 블록 생산기지 구축이 가능해져, 국내 건조와 병행하는 구조로 재정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를 활용하면 미국 내 방산 협력 확대와 동시에 한국 조선업체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검증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역시 공정하고 상생적인 협력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축적한 생산 노하우와 글로벌 공급망을 필리조선소에 이전해 현지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한국과 미국이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특정 국가의 이익이 아닌, 양국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한 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 필리조선소 / 사진출처-대통령실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방산 수주를 넘어 ‘한·미 상생’을 전제로 한 공정한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필리조선소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국내에서는 K-원잠을 건조한다면, 미국의 공급난을 해소하고 한국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상호보완적 구조가 가능하다. 특히 MASGA 펀드 투자를 통한 공동 사업 추진은 양국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한국 협력사들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방산 생태계에 본격 진입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공동 건조를 추진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적 협력이 아닌, ‘공정 경쟁과 상생’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조선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