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현대차그룹은 17일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5년간 집행한 89조1000억원보다 36조1000억원 많은 금액으로,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연평균 투자액은 25조원을 넘으며 기존보다 40%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투자 계획은 AI·로보틱스·수소 등 미래 핵심 사업과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집행된다. 분야별로는 △AI·SDV·전동화·로보틱스·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50조5000억원 △모빌리티 R&D 경쟁력 강화에 38조5000억원 △경상투자에 36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그룹은 우선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페타바이트(PB)급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는 고전력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로봇 행동 데이터 검증을 위한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별도로 구축한다. 이를 기반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와 중소기업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해 로봇 산업 밸류체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수소 생태계 구축도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 규모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충전소 등 기반 시설을 조성한다. PEM 수전해기와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시설도 건립해 수소 산업을 수출 기반 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자율주행·SDV·전동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엔드투엔드 딥러닝 기반 ‘Atria AI’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디지털 트윈·로봇 기술을 접목한 AI 자율 제조 시스템도 구축한다. 2026년에는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를 공개하고, 9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차세대 EREV를 출시할 예정이다.
생산 거점 고도화도 추진된다. 내년 울산 EV 전용공장이 가동되고,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은 2027년부터 운영된다. 기아는 화성에 PBV 전용 생산거점을 확장하고, 현대차·기아 R&D 조직은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등 기존 파워트레인 경쟁력 강화도 병행한다.
협력사 지원책도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한 대미 관세 전액을 소급 지원하고, 2·3차 협력사까지 범위를 확대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원자재 구매·운영자금 지원, 스마트공장 전환 등 공급망 안정화 대책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통해 국내 미래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을 함께 확대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더욱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