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우영 기자] 양육의무 저버린 부모가 자녀 사망 뒤 국민연금 유족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2026년부터 시행된다.
자녀를 버려두고 수십 년간 연락 한 번 없다가, 자녀가 사고로 숨지면 뒤늦게 나타나 “내가 부모니 유산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던 이른바 ‘구하라법’ 논란이 국민연금 제도에서도 상당 부분 차단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부양의무를 위반한 부모의 유족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5일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가 사망했을 때 국민연금에서 지급되는 각종 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부모가 양육 의무를 사실상 방기했더라도 법률상 상속권이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자녀가 남긴 보험금이나 연금을 챙겨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이번 개정은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공적 급여도 없다”는 원칙을 연금 제도에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민법 제1004조의2에 따른 상속권 상실 제도와 연동된다. 가정법원이 “부모가 자녀를 유기하거나 학대해 상속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상속권 상실을 확정하면, 국민연금공단도 이를 근거로 해당 부모의 유족급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사실상 상속권이 박탈된 부모는 연금 체계 안에서도 ‘수급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구조다.
지급 제한 범위도 넓게 설정됐다. 매달 지급되는 유족연금뿐 아니라, 그간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주는 반환일시금, 장제비 성격의 사망일시금, 아직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급여까지 모두 포함된다. 자녀의 사망으로 인해 국민연금법상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 전반을 막아,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죽음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길을 사실상 원천 봉쇄한 셈이다.
다만 제도 시행은 상속권 상실을 규정한 민법 개정안 발효 일정에 맞춰 2026년 1월 1일부터 이뤄진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녀 양육 의무를 방기한 부모가 민사소송 등을 거쳐 상속권을 잃은 경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자녀를 키워온 대다수 국민들에게 “연금 제도가 상식과 정의에 맞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