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2년, ‘사재 출연’ 공약은 흐릿해지고 설명은 비공개
통 큰 약속은 어디로…부산상의 회장 선거에 남은 뒷맛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의 초긍정 마인드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가 부산상의 외벽에 붙어 있다./ 사진=부산상의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약속의 무게는 금액이 아니라 이행의 투명성에서 결정된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의 흐름을 바꾼 ‘100억원 사재 출연’ 공약은 당시 지역 상공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양재생 회장의 당선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실행 일정과 공개 가능한 성과는 또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안은 단순한 기부 성사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준 핵심 약속이라면, 이후 이행 기준과 절차 역시 분명해야 한다. 상공회의소 선거도 결국 대표를 뽑는 과정인 만큼, 공약의 이행 경로가 장기간 불명확하게 남아 있으면 신뢰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논쟁의 핵심은 ‘했느냐, 안 했느냐’만이 아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느 범위까지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공개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순차적으로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의 설명만으로는 유권자와 회원사가 체감할 수 있는 검증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 약속이 공적 무대에서 제시된 이상, 이행 또한 공적 언어로 설명돼야 한다.
출마 당시 제기됐던 계열사 회비 납부 관련 논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시 소환된다. 지역 상공계를 대표하는 자리일수록 공동체 운영의 기본 원칙에 대한 점검과 설명은 더 엄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거액 공약의 상징성이 컸던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기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이 강조해 온 메시지는 늘 분명했다.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라는 구호는 구성원을 독려하는 언어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공약 이행의 국면에서 필요한 것은 구호의 반복이 아니라 수치와 일정, 그리고 진행 상황에 대한 객관적 공개다. 긍정의 언어는 실행의 근거와 만날 때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 임기 3년 차를 앞둔 시점이다. 취임식에서 제시된 ‘더 강한 기업, 더 나은 부산, 더 뛰는 상의’라는 슬로건도 결국 실행의 축적 위에서 평가받는다. 반환점을 지난 지금, 지역 상공계가 궁금해하는 것은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이미 제시된 약속의 현재 좌표다.
특히 ‘100억원 공약’이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거나 대체되는 듯한 신호가 시장에 전해질수록, 설명 책임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핵심 공약이 흐릿해지면 다른 약속의 신뢰도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약의 본질은 표현이 아니라 이행의 일관성에 있다.
법적 판단은 별도의 영역에서 다뤄질 문제다. 다만 공적 대표의 약속은 정치적·도덕적 책임의 영역에서 이미 평가가 시작됐다. 부산 상공계가 요구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구체적인 일정, 확인 가능한 단계, 그리고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공개된 약속에는 공개된 이행이 따라야 한다.
말의 값은 결국 행동으로 정산된다. 임기 3년 차를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수사가 아니라 더 선명한 이행의 증거다. 부산이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의 구호가 아니라, 약속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