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대포폰과 명의도용 휴대전화 문제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개통 절차가 한층 강화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3일부터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을 추가로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내년 3월23일부터 전 채널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정과제인 ‘국민의 안전과 보편적 삶의 질 제고를 위한 AI 기본사회 실현’과 부처 합동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의 일환이다. 현재는 이용자가 제시한 신분증 진위만 확인하면 개통이 가능해 현장에서 얼굴과 사진을 꼼꼼히 대조하지 않는 등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다. 앞으로는 신분증 발급기관과 연계한 기존 진위 확인에 더해, 신분증 얼굴 사진과 가입자의 실제 얼굴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안면 기반 생체인증을 추가해 타인 명의 도용과 명의대여를 통한 대포폰 개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범 도입은 23일부터 43개 알뜰폰 사업자의 비대면 채널과 통신 3사의 대면 채널에서 시작된다. 안면인증은 통신 3사가 운영하는 패스(PASS) 앱을 활용해 이뤄지며, 이용자가 앱을 열어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시스템이 신분증 사진과 일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패스 앱 미가입자도 별도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면인증 대상 업무는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을 이용한 신규 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 명의변경 등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국가보훈증, 장애인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올해 1~11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1330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와 통신업계는 대포폰 개통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4년 적발된 대포폰 9만7399건 가운데 알뜰폰이 8만9927건(92.3%)을 차지해 알뜰폰 개통 절차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번 안면인증 도입을 통해 알뜰폰을 포함한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해킹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만으로는 대포폰 개통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대전화 개통에 추가되는 안면 인식 절차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결과값만 저장하는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기정통부는 안면인증 과정에서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한 뒤 ‘일치/불일치’에 해당하는 결괏값만 저장·관리하며, 촬영된 얼굴 사진이나 안면 생체정보는 촬영 기기나 패스 앱, 관리 시스템 어디에도 보관·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역시 휴대전화 개통 시 사용하는 안면인증 솔루션이 카카오뱅크, 토스 등 1금융권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적용 중인 기술과 동일하다며, 휴대전화 개통 절차라고 해서 정보 유출 위험이 특별히 커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3개월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안면인증 실패 시 예외 처리로 개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장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인증 실패 사례를 정밀 분석해 솔루션의 정확도를 높일 방침이다.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의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정식 도입 시 현장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포폰 근절을 위해 이용자에게 대포폰의 불법성과 범죄 연루 위험성을 고지하는 의무를 통신사에 부과하고, 이통사가 대리점·판매점의 부정 개통에 1차 관리·감독 책임을 지도록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부정 개통을 묵인하거나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이통사에는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를 적용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도 예고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대포폰 적발 건수와 알뜰폰 비중을 언급하며 “대포폰 근절이 디지털 민생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라며 “안면인증 도입 초기 일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모든 이통사가 안면인증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