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내년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올해보다 소폭 늘어나 18만가구 후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부동산R114와 연합뉴스가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들의 내년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 53개사의 분양 물량은 18만7천525가구로 집계됐다.
이 물량은 최근 3년 평균치인 약 19만8천가구보다는 적지만, 올해 민간 분양 실적 18만1천138가구보다는 6천여가구 많은 수준이다. 아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일부 대형사의 분양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최종 분양 규모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월별 공급 예정 물량은 1월 1만2830가구, 2월 1만1784가구에서 3월 1만8345가구, 4월 1만7539가구로 상반기 초반에 집중됐다가 5월 4135가구로 줄고, 6월 1만963가구, 7월 7873가구, 8월 4301가구, 9월 1만237가구, 10월 1만2837가구, 11월 724가구, 12월 3867가구 순으로 예상됐다.
수도권 쏠림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지역별 분양 물량 비중은 수도권 58%(10만9천446가구), 비수도권 42%(7만8천79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 분양 비율은 2021년 40%, 2022년 43%에서 2023년 56%, 2024년 57%, 2025년 56%로 꾸준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수도권 내에서는 서울이 3만4천230가구로 올해 1만4천420가구의 두 배를 웃돌 전망이며, 경기는 5만6천873가구로 올해 6만9천689가구보다 1만3천여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인천은 1만8천343가구로 올해 1만8천194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사 자체사업(도급 포함) 물량은 9만6천543가구(51.5%), 리모델링을 포함한 정비사업 물량은 8만1천512가구(43.5%)로, 정비사업 비중이 여전히 높다. 정비사업 물량은 경기 3만629가구, 서울 2만9천133가구, 부산 1만390가구 순으로 많았고, 서울은 전체 분양 물량 가운데 정비사업 비중이 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대형 정비사업 단지 공급도 이어진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거구역을 재건축하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5천7가구)가 9월 분양을 준비 중이고, 3분기에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3천178가구), 상반기에는 서초구 방배13구역 재건축 단지인 ‘방배포레스트자이’(2천217가구), 10월에는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4천882가구)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내년 서울 분양 물량 1위는 올해에 이어 서초구가 차지할 전망으로, 예상 물량은 8천796가구(전체의 26%)다. 이어 동작구 5천648가구(17%), 노원구 3천636가구(11%), 영등포구 3천384가구(10%), 성북구 2천265가구(7%) 순으로 분양이 예정돼 있다.
경기도에서는 정비사업 물량이 반영되는 성남시가 9천220가구(16%)로 가장 많고, 고덕지구 물량이 확대되는 평택시가 6천415가구(11%)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인천은 검단지구를 중심으로 서구 4천389가구(24%)에서 공급이 이어지고, 남동구는 정비사업 대단지 영향으로 3천551가구(19%) 수준의 물량이 예상된다.
상위 10대 건설사의 실적과 계획도 윤곽이 드러났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실적은 7만9천245가구로, 애초 계획 12만612가구 대비 66% 수준에 그쳤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계획 대비 80% 이상을 달성했지만,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는 50%를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10대 건설사의 분양 계획 물량은 이달 24일까지 집계 기준으로 약 13만가구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3곳은 올해보다 계획 물량을 줄였고 1곳은 비슷한 수준, 6곳은 확대하는 기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은 ‘역대급 공급 위축’ 우려와 달리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은 당초 계획된 14만6천130가구 대비 124%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정비사업 비중이 큰 서울은 금리와 자금조달 여건, 인허가와 규제 부담 등이 겹치며 공급 시점 조정이 이루어져 계획 대비 실적 달성률이 66%에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민간분양 물량이 3년 평균 약 19만8천가구에 미치지 못했지만 공공분양 비중이 18%까지 확대되면서 전체 분양 물량은 22만1천28가구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민간분양은 18만가구대에 머무르지만 정부 발표를 토대로 추산한 공공분양 물량 3만805가구(전체의 14.1%)가 더해지면 전체 분양 물량은 21만8천330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내년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은 연착륙 국면을 지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여건이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나 민간 분양만으로는 여전히 충분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분양 확대와 민간의 선택적 공급이 병행되는 구조가 내년 흐름을 가늠할 핵심 전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