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정부가 대기업 중심으로 쏠린 수주·수출 성과를 중소·벤처기업으로 퍼뜨리기 위해 상생금융을 1조7천억원 규모로 늘리고,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를 전담 지원하는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신설한다.
정부는 2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한미 관세협상 타결, 해외 순방, APEC 회의 등으로 확보한 경제외교 성과를 대기업에 그치지 않고 중소·벤처까지 확산해 ‘모두의 성장’을 구현하겠다는 후속 이행 방안이다.
정부는 △경제외교 성과 공유·확산 △대기업→중소기업 환류 강화 △상생 생태계 확장 등 3대 전략 아래 상생금융과 세제, 규제 개선 패키지를 내놨다. 현대차·기아, 우리·국민은행이 출연하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상생금융 프로그램은 1조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확대된다.
포스코·기업은행 출연과 무보 보증으로 4천억원 규모 철강산업 수출공급망 우대자금이 추가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출연하고 신보가 보증하는 150억원 규모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이 신설돼 상생금융 총 공급 규모는 1조7천억원까지 늘어난다.
대기업이 상생협력을 위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할 경우 출연금의 5~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세액공제도 2028년까지 한시 도입된다.
대·중소기업의 해외 동반진출 지원도 두 배로 키운다. 중장기 투자 프로젝트를 위해 대기업과 함께 미국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는 3년간 최대 20억원, 미국 외 국가에는 최대 15억원까지 지원하고 200억원 규모 보증도 연계한다.
대·중소 협력 프로젝트에는 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수출·수주 금융 한도·금리 우대도 제공한다.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출연하는 상생협력기금은 2026~2030년 5년간 연평균 3천억원 이상, 총 1조5천억원 이상 조성한다.
정부 매칭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금융회사·방산 체계기업에는 상생 평가 우대 등 맞춤형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출연금 용도도 기존 협력사 중심에서 비협력사까지 생태계 전반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수출금융으로 발생한 수혜기업 이익 일부를 재원으로 대규모·장기 수출 프로젝트를 전담 지원하는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신설하고, 상반기 중 근거법 제정을 추진한다.
디지털·제조 현장 상생도 강화한다. 중소·스타트업에는 정부 확보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약 30%를 시장가격의 5~10% 수준 사용료로 배분하고, GPU 공급 사업과 유망 AI 스타트업 발굴 사업을 연계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키운다.
올해 AI 분야 상생형 스마트공장은 20개로 확대하고 국비 분담률은 30%에서 50%로 상향한다. 대·중견·중소 협력사가 공동 활용하는 제조 AI 솔루션을 개발·적용하는 ‘협력 AI 팩토리’는 2030년까지 100개 구축할 계획이다.
수·위탁 거래에만 적용되던 성과공유제는 플랫폼·유통·대리점 등 모든 기업 간 거래로 확대하고, 상생결제를 통해 구매대금을 지급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는 2028년까지 연장된다.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의무는 공공 하도급과 민간 건설 하도급 전체로 확대하고,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도 주요 원재료에서 에너지 경비까지 넓힌다.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해 평가·규제 체계도 손질한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까지 확대하고, 배달 플랫폼의 독과점 지위 남용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입점업체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회사와 중소기업 간 상생 수준을 평가하는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해 상반기 중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하반기 시범 평가 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체계기업의 상생 수준을 평가해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고,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는 현행 134개 기관에서 2030년까지 전체 공공기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원전 분야에서는 중소·중견기업 공급망 강화와 해외 진출을 위해 컨설팅·인증·마케팅 비용 45억원을 지원하고, 대기업-협력업체가 공동으로 탄소감축 투자를 할 경우 지원하는 대출공급 한도는 2조6천억원까지 늘린다.
지방정부의 중소기업 지원과제에 대기업 지원을 매칭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은 건설업을 포함한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협상력과 기술 보호 장치도 강화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협의요청권을 부여, 조합 단위로 대기업 등과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행위는 담합 예외로 인정한다.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법원에 행정기관 자료제출 명령권을 부여하는 등 입증 부담을 완화한다. 기술탈취 관련 특별사법경찰 인력도 확충하고, 기술개발 비용을 반영한 손해액 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배상 수준을 현실화한다.
행정제재 수단은 현재 시정권고에서 시정명령·벌점 등으로 확대하고,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주요 대기업 및 협력 중소기업 등이 참석하는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상생협력 점검회의’를 새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추진 과제를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