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국내 치약 시장 점유율 상위 브랜드인 애경산업 ‘2080’ 수입 치약에서 사용이 금지된 보존제 성분 트리클로산이 대량 검출된 가운데, 애경이 중국 현지 제조공장을 두 차례나 점검하고도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지 성분 함유를 인지한 뒤에도 회수 계획 제출을 법정 기한 내에 하지 않아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애경산업이 중국 도미(Domy)사에서 제조해 들여온 2080 수입 치약 6종, 870개 제조번호를 검사한 결과 이 가운데 754개 제조번호(86.7%)에서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까지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중에 유통된 수입 제품은 약 2900만개로, 회수는 오는 2월4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반면 애경산업이 국내에서 직접 제조한 2080 치약 128종에서는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트리클로산은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쓰이는 보존제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내분비계 교란과 발암 가능성 우려 등으로 2016년부터 치약·가글 등 구강용품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다. 유럽 등 일부 해외에서는 치약에 0.3% 이하 수준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조건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식약처 조사 결과, 트리클로산이 수입 치약에 섞인 경위는 중국 도미사가 2023년 4월부터 치약 제조 설비 세척·소독용으로 트리클로산을 사용한 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세척 과정에서 설비 내부에 남은 잔류 성분이 이후 생산된 치약에 소량씩 혼입됐고, 작업자별로 소독액 사용 여부·사용량이 달라 제조번호별 검출량도 일정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해당 중국 제조업체는 2022년 자사 홈페이지에 트리클로산에 대해 “과도한 양은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낮출 수 있다”, “하루 세 번 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까지 올려놓고 조심해야 할 성분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산업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해 점검을 진행했지만, 트리클로산을 세척용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은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 측은 채널A에 “현장 점검을 하지만 세척수 성분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식약처가 실시한 현장점검에서는 애경산업의 사후 대응 미비도 드러났다. 애경은 지난해 12월19일 자체 비정기 검사 과정에서 수입 치약에서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약사법상 의무인 ‘5일 이내 회수계획서 제출’ 기한을 넘긴 올해 1월5일에야 식약처에 회수 계획을 제출했다.
식약처는 애경이 회수 절차를 지연해 법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점, 해외 제조소에 대한 수입 품질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 금지 성분이 섞인 수입 치약을 국내에 유통한 점 등을 위반 사항으로 적시하고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위반 사항별로 수입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으며, 회수 절차 미준수 등과 관련해 벌칙 조항과 수사의뢰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애경산업에 대해 행정처분심의위원회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제재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 결과, 이번에 검출된 수준의 트리클로산이 인체에 즉각적인 심각한 위해를 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입 치약과 의약외품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수입업자는 치약을 처음 들여올 때 트리클로산 시험 성적서를 제출해야 하고, 판매 단계에서는 제조번호별 트리클로산 자가품질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유통 단계에서는 매년 모든 수입 치약을 대상으로 트리클로산 함유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등 수거·검사를 확대한다. 수입 치약 해외 제조소에 대한 현지 점검 대상도 넓혀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성분의 혼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 치약을 포함한 의약외품의 위해 우려 성분 모니터링 주기는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치약 제조·품질관리기준(GMP) 단계적 의무화도 검토한다. 아울러 위해한 의약외품 제조·수입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징벌적 과징금 부과 근거를 마련해, 금지 성분 혼입·유통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치약의 안전성에 대해 꼼꼼히 살피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수입·제조·유통 전 단계에서 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