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 소아청소년과 이현주 교수, 감염내과 문송미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항생제 내성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10대 공중보건 위협으로 지목되면서, 국가 차원의 항생제 관리 체계 구축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4일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 연구팀이 국가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시범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 결과를 미국의사협회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영향력지수 10.5)’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논문에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홍빈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감염분과 이현주 교수와 항생제 관리 책임의사인 감염내과 문송미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와 의료계 임상 정책 전문가들도 공동으로 참여해 정책 배경부터 설계 구조, 운영 체계, 초기 이행 성과와 향후 방향까지를 정리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연구팀은 국내 항생제 사용량이 높은 점을 문제 배경으로 제시했다. 병원 측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일일 항생제 사용량이 31.8로, OECD 평균 19.5를 크게 웃돈다고 밝혔다.
광범위 항생제의 빈번한 사용은 치료 실패 위험 증가와 항생제 내성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병원 측은 2019년 전 세계 항생제 내성 사망자가 127만명에 달했고, 2050년에는 1000만명 이상으로 암 사망자(820만명)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보고도 제시했다.
ASP 시범사업은 301병상 이상 병원 가운데 78곳을 선정해 운영하며, 재작년 11월부터 2027년까지 연차별로 참여 병원을 모집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참여 병원은 의사와 전담약사로 구성된 다학제 전담팀을 의무적으로 꾸리고, 항생제 사용 감시와 처방 개선 활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병원 측은 정부가 평가와 성과에 연동된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 포함돼 병원 단위의 항생제 관리가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초기 이행 조사 결과도 논문에 담겼다. 병원 측은 시범사업 시행 약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참여 병원의 50% 이상이 항생제 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80% 이상이 자체 항생제 사용 지침을 개발·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병원이 특정 항생제 사용 승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고, 30% 이상은 항생제 처방 적정성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김홍빈 교수는 “단기간에 전국적 항생제 관리 인프라가 구축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숙련된 전문 인력 부족과 3차 병원과 중소 병원 간 역량 격차는 보완해야 할 과제”라며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으로의 확대와 대형 병원이 중소 병원을 지원하는 지역 네트워크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