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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써도 뿌연 글씨…노안 아닌 백내장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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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써도 뿌연 글씨…노안 아닌 백내장 신호일 수 있다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6-06 09:25

빛 번짐·교정시력 저하 지속되면 안과 검사 필요…40대 이후 정기검진 중요

돋보기 써도 뿌연 글씨…노안 아닌 백내장 신호일 수 있다
[더파워 이설아 기자]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글씨가 흐려지면 대개 노안을 먼저 떠올리지만, 시야가 안개 낀 것처럼 지속적으로 뿌옇다면 백내장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정소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과 백내장은 증상이 겹쳐 보일 수 있지만 원인과 치료 방식이 다른 만큼 정확한 안과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안은 보통 40대 중후반인 40~45세 전후에 시작된다.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약해지는 현상이다. 스마트폰, 책, 메뉴판처럼 가까운 거리의 작은 글씨가 흐리게 보이고, 가까운 물체를 오래 볼 때 눈의 피로감이나 두통,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돋보기를 착용하면 근거리 시야가 개선되는 것도 노안의 특징이다.

단순 노안은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주된 증상이며, 시야 전체가 흐려지는 질환은 아니다. 원거리가 비교적 잘 보이는 상태에서 근거리 시력 저하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근시가 있는 사람은 초점거리가 가까운 곳에 맞춰져 있어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만, 안경을 낀 상태에서는 근거리 시력 저하를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질환이다. 빛 번짐과 교정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고, 특히 야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원거리 교정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이 지속된다. 일시적으로 뿌옇게 보이는 증상은 눈물막이 불안정한 건성안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백내장은 50대 이후부터 빈도가 빠르게 늘어난다. 60세 이상에서는 약 70%, 70세 이상에서는 약 90%가 경험할 정도로 노년층에서 흔하다. 다만 수정체가 딱딱해지는 핵성 백내장의 경우 노안으로 가까운 글씨를 보기 어려웠던 사람이 갑자기 돋보기 없이 근거리를 잘 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시력이 좋아진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주요 원인으로는 고도근시가 꼽힌다. 근시가 심해지면 안구 길이가 길어지고 수정체 주변 대사 이상이 생기면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백내장이 발생하기 쉽다. 고도근시로 안내렌즈 삽입술을 받았거나 다른 안내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백내장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젊은 연령층의 대사증후군 증가, 자외선 노출,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인한 눈 비빔, 스테로이드 제제 장기 사용, 안구 외상, 유전적 요인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과 백내장의 직접 연관성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충분히 진행된 단계는 아니다. 다만 야간에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면 블루라이트 노출량이 늘 수 있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블루라이트가 수정체 세포에 흡수돼 백내장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장시간 근거리 초점 유지에 따른 근시 유발, 눈 깜빡임 감소에 따른 건성안과 눈 비빔, 야간 사용으로 인한 생체리듬 변화 등도 젊은 백내장 환자 증가와 관련해 함께 고려되는 요소다.

백내장을 오래 방치하면 과숙 백내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수정체 핵이 지나치게 단단해지면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 백내장이 진행되면서 수정체가 팽창하면 눈 속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인 전방각을 막아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초기에는 단백질 변성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로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미 혼탁해진 수정체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일상생활에 불편이 커질 정도로 진행되면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환자에게 맞는 도수의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시기는 시력 검사 수치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환자의 직업, 활동량, 주관적인 불편감 등을 함께 고려한다. 컴퓨터 작업이나 운전처럼 시각적 요구도가 높은 사람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고, 백내장이 진행됐더라도 활동량이 적고 불편감이 크지 않은 고령층은 경과를 관찰하며 수술을 늦추기도 한다.

백내장 수술은 대개 점안 국소마취로 진행된다. 인공수정체는 한 곳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초점 렌즈뿐 아니라 원거리·중거리·근거리 등 여러 초점을 제공하는 연속초점 렌즈나 다초점 렌즈도 선택할 수 있다. 각막난시가 있는 환자는 난시교정용 단초점 또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통해 수술 후 시력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볼 수 있도록 돕는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발전하면서 빛 번짐 등 부작용은 줄고 시력의 질은 개선되는 방향으로 수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다만 개인의 안구 상태에 따라 적합한 렌즈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밀검사를 거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백내장과 함께 녹내장, 망막박리, 황반변성 등 다른 안과 질환이 있거나 과거 라식·라섹 등 굴절교정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수술 계획을 더 면밀하게 세워야 한다. 인공수정체 도수 계산이 까다롭거나 안구 구조 이상이 있는 경우, 중증 당뇨망막병증·심혈관계 질환·면역질환 등 전신질환으로 수술 전후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고난도 백내장 수술에 해당한다. 외상으로 안구 손상이 심하거나 전신마취가 필요한 사례도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백내장을 늦추고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40대 이후 1년에 한 번 정기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검진을 통해 백내장뿐 아니라 녹내장과 망막질환 등 동반 질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노안이 있다면 본인 눈에 맞는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을 착용하고, 외출 시 선글라스나 모자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는 눈 상태를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돋보기를 써도 근거리 시야가 뿌옇거나, 안개가 낀 듯한 흐림과 빛 번짐이 지속되거나, 색이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쪽 눈으로 봤을 때 물체가 두 개 이상으로 보이는 단안복시가 나타나는 경우도 안과 진료가 필요한 신호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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