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가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3월 17일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왼쪽부터) 김민수 교수, 조경아 신생아중환자실 UM 간호사, 주치의 김세연 교수, 주하 가족, 조성민 간호사, 김현호 진료전문의
[더파워 이설아 기자] 재태연령 23주1일에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가 다학제 협진과 6개월 집중치료를 거쳐 첫 외래진료를 받으며 건강한 회복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23주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여아 주하가 171일간의 집중 치료를 마치고 지난 8일 몸무게 3.851kg으로 퇴원한 뒤 첫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주하는 지난해 9월 예기치 못한 조기진통으로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다.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하던 산모는 당시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수축억제제 치료를 받았지만 진통이 조절되지 않았고, 이후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돼 분만이 이뤄졌다. 주하는 재태연령 23주1일,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다.
임신 주수가 짧을수록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특히 24주 미만에 출생한 신생아는 생존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번 치료 사례는 고위험 산모와 초극소 미숙아 치료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출생 당시 주하는 예정일보다 약 17주 이르게 태어나 폐포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자발호흡이 어려워 즉시 기관 내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았고, 이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으며 여러 고비를 넘겼다. 병원은 출생 당시 아이의 모든 것이 매우 작아 의료진이 극도로 주의하며 치료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호흡곤란 증후군이 호전된 이후에도 치료는 계속됐다. 태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장폐색이 발생하면서 생후 12일째 개복수술을 받았고, 망막 혈관 형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미숙아망막병증 치료도 시행됐다. 이후 장루 복원술 등을 포함해 총 네 차례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했다. 이 과정은 소아외과, 소아안과, 소아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한 다학제 협진으로 진행됐다.
주하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출산 직후에 몸도 마음도 힘들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너무 작은 아기를 처음 봤을 때 눈물만 흘렸지만, 엄마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매일 유축한 모유를 면회시간에 맞춰 가져갔다”며 “주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전했다.
이어진 신생아중환자실 생활은 부모에게도 긴 시간이었다. 주하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여러 기계와 줄들 사이에 있는 주하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고, 너무 작은 몸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먹기 시작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정말 잘 버텨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도 부모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며 “주하가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순간이 소중한 기적 같았다”고 했다.
주하라는 이름에는 힘든 시간을 지나 세상에 나온 아이가 앞으로 예쁘게 자라고 크게 웃는 날이 많기를 바라는 가족의 마음이 담겼다. 주하는 171일간의 집중 치료 끝에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퇴원 당시 몸무게는 3.851kg으로, 만삭 신생아 평균 체중인 3.2~3.3kg을 웃도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주하의 어머니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다른 이른둥이 가족들에게도 응원을 전했다. 그는 “NICU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아기의 작은 변화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모든 아기들도 각자의 속도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한 아기들 옆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부모님들께 정말 잘하고 계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저희 주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산모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고현선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의 경우 분만 전부터 신생아집중치료팀과 함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권역 모자의료센터에서는 산과, 신생아과, 소아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긴밀하게 협력해 고위험 상황에서도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또 “출산 직후 산모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끝까지 긍정과 희망을 놓지 않고 아기를 믿고 기다려 준 엄마의 힘이 주하에게 가장 큰 힘이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가족의 사랑과 용기라면 어떤 작은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는 ‘슈퍼 패밀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주하의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세연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의 치료는 모든 장기의 기능이 미숙한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호흡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손상되기 쉬운 장기들의 변화를 지속적이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처치를 시행해 장기적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며 “이번 치료는 24시간 공백 없는 팀 기반 진료체계를 유지하며 헌신한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집중치료팀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본 간호팀과 다학제 협진에 함께한 여러 진료과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