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논의 속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혁신 함께 봐야”…206건 중 201건서 중장기 가치 우위 분석
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물적분할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기업의 기술혁신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국내기업의 물적분할과 산업기술혁신 성과 연구' 보고서에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물적분할 206건 가운데 201건, 97.6%가 분할 후 2년 내 일반주주가 입은 단기 주가 하락 피해보다 더 큰 기술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2일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물적분할을 둘러싼 규제 강화 흐름의 배경으로 일반주주 권익 침해 논란을 짚었다. 2022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이후 물적분할 규제 수준이 높아졌고, 현재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도 전체 주주의 이익 보호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 내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해지면 중장기 기술혁신 전략 실행이 지연되거나 위축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실증 분석에서는 물적분할의 양면성이 함께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적분할 공표는 해당 분기 주가를 평균 4.2%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주주 피해가 실재한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반면 물적분할은 비주력 분야를 독립시켜 기술혁신 전문성을 높이고 신산업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모기업과 신사업 간 산업 이질성이 클수록 분업화 효과로 미래가치가 더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2016-2024년 물적분할 사례의 기대 손익 분석 그래프
산업연구원은 물적분할의 경제적 성과 핵심이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이 아니라 전문화와 자회사 미래가치 창출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수 사례에서 단기적인 주가 조정 폭보다 분할 이후 창출된 기술적 미래가치가 더 크게 나타난 만큼, 물적분할이 사후 성과를 거둘 경우 일시적으로 훼손된 주주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회복하거나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주주 보호와 기술혁신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보완책도 제시했다. 물적분할로 예상되는 주가 하락분에 상응하는 배당을 주주에게 선제적으로 지급하는 기업에는 분할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분할 이후 실제 기술혁신 성과를 입증한 기업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 등 규제 이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식의 산업정책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산업연구원은 일반주주 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이 물적분할의 장기 비전과 기대 효과를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모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주주 보호와 기술 혁신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양립해야 할 가치”라며 “물적분할이 기업가치 훼손이 아닌 장기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