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AI 투자 사이클의 수혜가 반도체 수출국과 미국 투자 부문에 집중되면서 한국·대만·미국 중심의 성장 쏠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iM증권은 대만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미국 투자 지표, 한국 수출 흐름 등을 근거로 AI 투자 확대가 기술주 랠리와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4일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 수혜가 상대적으로 한국, 대만 및 미국 경제와 증시에 집중되고 있음이 1분기 성장률과 수출지표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한국, 대만 및 미국 경제와 증시를 중심으로 한 AI발 국가별 또는 산업별 쏠림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iM증권에 따르면 대만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3.7%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2.7%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의 평균 분기 성장률이 3.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성장세는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성장의 중심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자리했다. 대만의 지난 3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61.3%였고,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평균 수출 증가율은 42.1%로 집계됐다. 특히 대미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3월 대만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124%였고,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평균 대미 수출 증가율은 95.8%를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내 AI 투자 확대가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국내 1분기 GDP 성장률도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돈 가운데, 대만 성장률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했다.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2.0%로 시장 예상치 2.3%를 밑돌았지만, 투자 부문은 강한 흐름을 유지했다. AI 투자를 보여주는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즉 무형자산투자는 1분기 전기 대비 연율 13.0% 증가해 3개 분기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전기 대비 연율 17.2% 증가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iM증권은 이를 두고 미국 경제가 AI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 흐름을 유지하는 동시에 AI 중심의 경제 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란발 고유가 현상은 변수로 지목됐다. iM증권은 유가가 추가로 급등하지 않는다면 AI 투자 호황 사이클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주요국의 1분기 성장률이 모두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한국·대만·미국의 지표만으로도 AI 투자 사이클의 수혜가 특정 국가와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 흐름도 위험자산 선호를 뒷받침하는 신호로 제시됐다. 달러·엔 환율은 160엔대를 웃돌다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영향으로 157엔선까지 하락했다. iM증권은 일본 정부가 160엔 수준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했다.
박 연구원은 엔화 추가 강세 가능성에 대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보다 달러 약세에 따른 유동성 확대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보다 동결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 강세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기술주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iM증권은 엔화 강세가 원화를 포함한 비달러 통화의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호주달러 강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호주달러가 원자재 가격과 중국 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호주달러 강세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수출 호조와 대만 1분기 GDP 성장률 서프라이즈, 미국 투자 강세, 엔화 및 호주달러 강세 현상은 기술주 랠리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강화를 의미한다”며 “한국·대만·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당분간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