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연구소, AI 데이터센터 광 인터커넥트 전환 분석…2030년 CPO 시장 81억달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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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AI 인프라 경쟁의 초점이 연산 칩 성능에서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효율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이 수백·수천개의 연산 칩을 동시에 연결해 작동하는 구조로 진화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네트워크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빛으로 연결되는 AI 인프라: CPO의 부상’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성능을 제약하는 병목이 연산에서 메모리, 다시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며 광 인터커넥트와 CPO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모델 고도화로 여러 연산 칩이 하나의 작업을 나눠 수행하고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GPU와 HBM 등 연산·메모리 성능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데이터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성능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개선돼 전체 시스템 효율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AI 워크로드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확장되는 점도 네트워크 부담을 키우고 있다. AI 에이전트 등 추론형 서비스는 상시 작동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산 속도만큼이나 네트워크 지연과 대역폭이 중요해진다. 보고서는 GPU를 슈퍼카, HBM을 고성능 엔진, 네트워크를 고속도로에 비유하며 고속도로 폭이 충분히 넓어야 연산 칩의 성능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데이터센터 내부 연결은 구리 기반 전기 인터커넥트가 주로 쓰였다. 구리 배선은 구축이 쉽고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속·고주파 환경에서는 저항으로 인한 발열과 신호 감쇠가 커지는 한계가 있다. 특히 800Gbps 이상 초고속 환경에서는 성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이 한계를 보완하는 기술이 광 인터커넥트다. 광 인터커넥트는 전기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송 과정에서 저항이 거의 없고, 전자기 간섭이 없어 고속·장거리 전송에 유리하다. 이미 국가 간 해저 케이블 등 장거리 통신망에서는 광통신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내부 네트워크 영역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기술이 CPO다. CPO는 Co-Packaged Optics의 약자로, 스위치 ASIC과 광 엔진을 같은 패키지 안에 배치하는 구조다. 현재 널리 쓰이는 플러거블 방식은 광 트랜시버를 네트워크 장비 포트에 꽂아 사용하는 형태다. 이 경우 스위치 ASIC과 광 모듈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전기 신호가 구리 배선을 따라 이동하는 구간이 남는다.
반면 CPO는 스위치 ASIC 바로 옆에 광 엔진을 집적해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를 수 mm에서 1cm 이내로 줄인다. 플러거블 방식의 신호 이동 거리가 약 10~30cm인 것과 비교하면 전기 신호 구간이 크게 짧아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CPO가 전기 신호 경로를 줄여 신호 손실과 지연을 낮추고, 신호 보정을 위한 부품 부담도 줄여 데이터 전송 성능을 높인다고 봤다.
전력 효율 개선 효과도 크다. 보고서는 엔비디아가 발표한 CPO 기반 네트워크 스위치 시스템 ‘Spectrum-X Photonics’를 기준으로 플러거블 방식 대비 신호 손실은 80% 이상, 전력 소모는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총소유비용에서 전력과 에너지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CPO는 AI 인프라 운영비 절감과도 연결된다.
CPO 기술의 핵심 부품은 광 엔진이다. 광 엔진은 기존 광 트랜시버 기능을 칩 형태로 소형화한 부품으로, 전기 신호와 광 신호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는 실리콘 포토닉스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해 광학 소자를 집적하는 기술로, 소형화와 대량생산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CPO는 스위치 ASIC 근처의 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광원인 레이저의 열 안정성이 중요하다. 현재는 열에 취약한 레이저를 패키지 밖에 두는 외부 레이저 방식이 주로 검토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레이저를 광 엔진 내부나 패키지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AI 클러스터 확장 방식에서도 CPO의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AI 클러스터 연결을 가속기 간 연결인 스케일업, 데이터센터 내 서버 랙 간 연결인 스케일아웃, 데이터센터 간 연결인 스케일어크로스로 구분했다. 현재 CPO는 서버 간 연결인 스케일아웃 영역에서 먼저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GPU 간 연결과 같은 스케일업 영역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AMD, 브로드컴,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광 인터커넥트 생태계 구축을 위한 ‘OCI MSA’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이 컨소시엄은 상호 운용 가능한 개방형 프로토콜을 구축해 광 연결 구조를 모듈 중심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PO 시스템 분야에서는 브로드컴과 엔비디아가 앞서가고 있다. 브로드컴은 자사 스위치 ASIC ‘Tomahawk’ 시리즈에 광 엔진을 통합해 상용화 수준의 CPO 스위치 시스템을 개발했다. 메타 테스트에서 100만시간 동안 안정적 통신 성능을 확보한 점도 보고서에 언급됐다.
엔비디아도 CPO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광 변조기 등 핵심 광 부품을 직접 개발하는 한편, 루멘텀과 TSMC 등 광원·파운드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보고서는 엔비디아가 800G와 1.6T급 고대역폭 네트워크 구현이 가능한 CPO 기반 스위치 시스템을 차세대 AI 가속기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광 엔진 영역에서는 코히런트, 마벨, 에이어랩스, 라이트매터 등이 경쟁하고 있다. 코히런트는 기존 광 부품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CPO에 적용 가능한 여러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마벨은 실리콘 포토닉스 기업을 인수해 자체 광 엔진 개발에 나섰고, 에이어랩스는 광 I/O 칩렛을 개발하며 프로세서 기판 위 광 연결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광원 분야에서는 루멘텀과 코히런트가 기존 레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CPO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아비세나는 마이크로LED 방식의 초저전력 칩렛을 개발해 레이저의 열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운드리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TSMC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CPO 제조 솔루션인 ‘COUPE’를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모두 TSMC 공정을 활용해 CPO 스위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설명했다. 글로벌파운드리도 ‘GF Fotonix’ 솔루션을 통해 관련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밸류체인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오이솔루션은 초고속 광 트랜시버와 CPO용 고출력 외부 광원 모듈을 통해 광원 공급망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실리콘 포토닉스 응용기술 관련 국책 과제를 수행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OFC 2026에서 실리콘 포토닉스 파운드리 진입을 공식화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우선 플러그형 광 소자 파운드리 시장부터 공략하고, 글로벌 광통신 모듈 업체와 과제 양산을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티에프이와 ISC 등은 기존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 소켓 기술을 바탕으로 CPO용 테스트 소켓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시장 전망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CPO가 2026년부터 2.5D 패키징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스위치에 도입되며 초기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 이후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규모 AI 클러스터의 네트워크 효율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CPO 시장은 2030년 8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137%로 제시됐다. AI 데이터센터 트래픽 증가와 전력 효율 요구가 맞물리면서 광 인터커넥트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CPO 생태계가 단순한 광통신 부품 시장에 머물지 않고 반도체 산업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치 ASIC, 광 엔진, 광원, 실리콘 포토닉스 파운드리, 패키징, 검사 장비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되면서 광통신과 반도체 산업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유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CPO 기술이 2030년 전후 칩 간 연결 영역까지 확대되며 광 인터커넥트와 연산 칩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AI 네트워크 효율을 높일 CPO 공급망을 구축하고 차세대 AI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