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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소형 IB 해부⑤] 국내 증권사, 대형화 다음 과제는 전문화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04 08:55

산업 리서치·M&A 자문·제도 인프라 개선 필요성 제시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 중소형 IB 사례는 국내 증권업에 대형화 이후의 과제를 던진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중소형 IB가 산업 전문성, 투자자 네트워크, 독립적 자문, 유연한 발행제도를 기반으로 중소 성장기업 금융에서 역할을 넓혀왔다며 국내 증권업도 인수 중심 구조를 넘어 자문과 네트워크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과제는 산업 및 중소형주 특화 리서치 강화다. 미국 Middle Market IB와 Boutique IB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와 비슷하거나 더 작은 자본 규모로도 M&A 자문, 성장자본 중개, ECM, 사모 자본조달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이 경쟁력은 시니어 뱅커의 거래 경험, 산업 전문성, 중소형주 리서치, S&T와 CA 활동으로 형성된 투자자 네트워크에서 나왔다. 반면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는 대형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중소형주 커버리지가 제한적이고, 기업과 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CA도 체계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째 과제는 M&A 자문 역량 확보다. 국내 증권사는 IPO, 채권 발행, 인수금융 등 자본 기반 업무에서 성장했지만, M&A 자문 시장에서는 외국계 IB와 회계법인의 존재감이 크다.

미국 중소형 IB는 셀사이드·바이사이드 M&A, 구조조정, 공정성 의견, 전략 자문, 사모 자본조달을 결합해 장기 고객관계를 만든다. 자문 서비스는 단기 수수료에 그치지 않고 후속 자금조달, 매각, 인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반복 거래의 기반이 된다.

세 번째 과제는 소규모 특화 IB가 진입할 수 있는 제도 환경이다. 미국 Boutique IB는 M&A 자문이나 특정 산업, 공공금융, ECM 등 좁은 영역에 집중하면서도 필요한 기능은 계열 또는 외부 브로커딜러, 청산 전문 증권사, 신디케이트 구조를 활용해 보완한다.

이는 모든 기능을 내부에 갖춘 대형 종합증권사만이 IB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제와 다르다. 국내에서도 특화 IB가 출현하려면 인가 요건, 업무 위탁 범위, 백오피스 인프라, 전문인력 기반 사업모델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네 번째 과제는 자금조달 방식의 유연성이다. 미국에서는 Reg D 기반 사모 발행, PIPE, RD, ATM 등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중소기업과 성장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로 활용된다. 2024년 Reg D 기반 기업 전체 자본조달 규모는 3580억달러였고, 딜당 발행금액 중위값은 170만달러에 불과했다. 100만달러 미만 발행이 36%, 100만~500만달러 발행이 35%를 차지해 소규모 자금조달 수요가 두텁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사모 자본조달 시장에서는 브로커딜러를 활용하는 비중이 약 20%, 평균 수수료는 약 5.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장기업 대상 사모 자본조달만 보더라도 발행 건수는 1만4300건으로 유상증자 527건, IPO 164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 시장에서는 Middle Market IB와 Boutique IB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도 중소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면 증권 발행의 신속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국내 증권업이 자본 기반 업무의 성과를 중소기업 금융과 M&A 자문으로 확장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대형화 전략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중소 성장기업 금융에서는 자본 규모보다 산업을 이해하는 인력,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자문 중심의 장기 고객관계가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미국 중소형 IB의 사례는 국내 증권사들이 생산적 금융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어떤 사업모델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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