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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에 막힌 돈, 정상기업 대출금리까지 밀어올렸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23 09:00

업종 내 좀비기업 부채비중 10%p 상승 시 정상기업 차입금리 0.10%p 올라…저신용 정상기업 부담 더 커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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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은행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국내 은행권이 마주한 자금중개 과제는 이제 단순히 대출을 얼마나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정된 대출 재원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부실기업에 묶인 자금이 정상기업의 금융비용까지 밀어올리고 있지는 않은지를 함께 따져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좀비기업 문제는 더 이상 부실기업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좀비기업이 많은 업종에서는 해당 업종에 속한 정상기업도 더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할 가능성이 커진다. 업종 전체의 부실위험이 정상기업의 차입 조건에 반영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까지 업종 리스크 프리미엄을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토스인사이트가 최근 발간한 ‘최근 국내은행 자금중개의 이중 과제: 생산적 신용배분과 안정적 예금조달의 조건’ 보고서는 이 문제를 국내은행 신용배분의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비금융 외감기업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업종 내 좀비기업 확산이 정상기업의 차입 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좀비기업은 이자보상배율, 즉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기업으로 정의됐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전체 외감기업 중 좀비기업 비중은 17.1%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업의 잔존이 노동과 자본의 비효율을 낳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분석은 이 문제가 정상기업의 대출 조건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 수치는 분명하다. 업종 내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부채 비중이 10%p 높아질 경우, 해당 업종 정상기업의 평균 차입금리는 약 0.10%p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정상기업 전체의 대출 증가율은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줄지 않았다. 은행이 업종 부실위험을 대출 규모 축소보다 금리 조정, 즉 가격 조건에 먼저 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부담이 모든 정상기업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하위 25% 정상기업에서는 업종 내 좀비기업 부채 비중이 10%p 높아질 때 차입금리가 17bp 상승하고, 대출 증가율은 2.3%p 둔화했다. 신용도가 낮지만 생존 가능한 기업들이 더 비싼 금리와 줄어든 대출 접근성이라는 이중 부담에 놓인 것이다.

이는 생산적 금융의 가장 약한 고리를 보여준다. 신용등급이 낮다고 해서 모두 퇴출 대상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재무가 취약하더라도 현금흐름 회복 가능성이 있고, 매출 기반이 유지되며, 사업 자체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 있다. 그런데 같은 업종에 좀비기업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들까지 일괄적으로 고위험 차주로 묶이면, 부실을 정리하기는커녕 성장 가능한 기업의 회복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제조업은 설비와 부동산 등 담보로 평가할 수 있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서비스업은 무형자산과 인적 역량, 고객 기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이 개별기업의 위험을 세밀하게 평가하기 어려울수록 업종 전체의 부실 이미지를 금리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다.

통화정책 국면별로는 긴축기보다 완화기에 좀비기업 외부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낮은 금리 환경에서는 부실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고, 금융기관의 손실 인식과 구조조정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좀비기업이 시장에서 빠르게 정리되지 못하면 업종 내 부실위험이 누적되고, 그 비용이 정상기업의 대출금리로 옮겨갈 수 있다.

따라서 은행권의 과제는 업종별 좀비기업 익스포저를 무시하지 않되, 이를 정상기업에 대한 일률적인 금리 가산으로 연결하지 않는 것이다. 업종 리스크와 개별기업 리스크를 분리해 봐야 한다. 같은 업종에 속해 있더라도 현금흐름, 이자보상능력의 회복 가능성, 매출 지속성, 고객 기반,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 등을 따져 생존 가능한 취약기업과 구조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구분해야 한다.

정책당국 역시 좀비기업 문제를 취약업종 전체에 대한 지원 또는 축소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업종 내에서 살아남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가르는 정밀한 신용평가 체계다. 저신용 정상기업의 차입금리, 대출 증가율, 만기연장 조건을 함께 점검해야 업종 리스크가 정상기업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줄일 수 있다.

생산적 금융은 돈을 더 많이 푸는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부실을 연장하는 자금과 회복을 돕는 자금을 구분해야 한다. 좀비기업에 묶인 자금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이동할 때, 은행은 단순한 대출 공급자가 아니라 실물경제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자금중개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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