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수술이나 입원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새로운 감염이 발생했더라도 해당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이 즉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내감염 또는 의료관련감염 소송에서는 감염 발생이라는 결과보다 의료기관이 당대 의료 수준에서 요구되는 예방 조치와 사후 대응 의무를 적정하게 이행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다.
환자 측은 병원 내에서 균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것으로 판단하기 쉬우나, 법원은 감염 발생 사실과 감염관리상의 과실을 분리하여 평가한다. 현대 의학으로 모든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고, 환자의 면역 상태, 기저질환, 수술 종류, 침습적 처치 여부 등에 따라 감염 위험도가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의료관련감염 관리를 별도 정책 영역으로 지정해 다루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의료관련감염 발생 현황 파악과 예방·관리 대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를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내감염은 의료기관 내 진료, 수술, 입원 치료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감염을 통칭한다. 수술 부위 감염, 혈관 내 카테터 관련 감염,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요로감염 등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감염 증상이 퇴원 이후에 발현되더라도 입원 중 시행된 수술이나 처치와의 관련성이 확인되면 의료관련감염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감염의 의료기관 유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입원 당시 감염 여부, 잠복기, 수술과 증상 발현 사이의 기간, 배양검사로 확인된 균의 종류, 타 경로를 통한 감염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수술 이후 염증 수치가 상승했다는 단편적 사정만으로는 감염 원인과 의료기관의 책임이 확정되지 않는다.
법적 책임 판단의 중심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다. 수술실 및 의료기구의 소독·멸균 상태, 의료진의 손 위생과 보호장구 착용 여부, 예방적 항생제 투여 시점, 침습적 기구 관리, 감염관리 지침 수립 및 교육 체계가 주요 검토 대상이다. 의료기관이 표준적 감염 예방조치를 실제로 시행했는지, 해당 과정이 진료기록과 관리자료에 객관적으로 보존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감염 자체를 예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더라도 사후 대응 과정에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환자에게 고열, 수술 부위 통증, 분비물, 염증 수치 상승 등 위험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배양검사나 영상검사, 항생제 투여, 배농술, 전원 조치 등이 지연되었다면 경과관찰상 주의의무 위반이 쟁점으로 부각된다.
수술 후 감염 발생에 관한 판례 역시 이러한 판단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정 사건에서 환자는 요추 수술 후 퇴원했다가 고열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했으며, 혈액배양검사 결과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이 검출됐다. 이후 타 병원에서 절개배농술을 받고 수술 부위 감염 진단이 내려지자, 환자는 수술 과정의 감염 예방조치 미흡을 이유로 의료진의 책임을 주장했다.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감염 원인이 다양하고 현대 의학 기술로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수술 중 직접적인 감염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로 의료진의 과실을 단정할 수 없으며, 당시 의료 수준에서 요구되는 감염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구체적 사정이나 개연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원내감염 소송의 핵심 쟁점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확인된 감염이 입원 또는 수술과 인과관계를 형성하는지 여부다. 둘째는 수술 종류와 환자 상태를 고려할 때 의료진이 감염 위험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다. 셋째는 감염관리 지침, 멸균자료, 항생제 투여기록 등 예방조치의 적정성이다. 넷째는 증상 발현 보고 이후 검사, 치료, 전원으로 이어진 사후 대응의 신속성과 적정성이다.
환자의 당뇨, 면역저하, 고령, 흡연, 비만 등 내인적 위험 요인도 책임 범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러한 요인의 존재가 의료기관의 책임을 당연 면제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취약성을 감안해 의료진이 더 면밀한 관찰과 조치를 수행했는지가 함께 검토된다.
환자 측은 입원기록, 수술기록, 간호기록, 체온 변화표, 염증 수치 추이, 배양검사 및 항생제 감수성 결과지, 투약기록, 영상검사 결과, 전원기록 등을 확보해야 한다. 수술 부위 상태를 촬영한 사진과 퇴원 후 의료진에게 증상을 고지한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등도 시간대별 경과를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의료기관은 감염관리 지침 수립을 넘어 실제 교육, 점검, 멸균관리, 손 위생 수행 내역을 객관적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감염 징후가 포착된 이후의 보고 체계와 검사 시행, 격리 조치, 항생제 변경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서류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원내감염 사건은 감염이 확인된 특정 시점만을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분쟁이 아니다. 수술 전 위험평가 단계부터 예방조치, 증상 발현 이후의 검사와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초기 진료기록과 배양검사 결과를 누락 없이 확보하는 것이 감염 원인 및 대응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첫 단계다.
특정 균이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감염 발생 자체는 불가피했더라도 발견 이후 치료 조치가 부당하게 지연되어 손해가 확대되었다면 해당 지연 대응에 대한 책임은 별도로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원내감염 분쟁에서는 감염 발생 시점, 동정된 균의 종류, 환자의 위험 요인, 병원의 예방수칙 준수 및 사후 대응 기록을 종합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