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청년 취업 지연의 배경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라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첫 직장이 향후 임금과 이직 가능성, 생애소득을 크게 좌우한다는 인식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청년층의 취업 지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전체 상용 임금 일자리의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일자리 비중은 2015년 42.6%에서 2024년 38.8%로 낮아졌다.
대기업 일자리 자체가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청년층의 대기업 입직은 더 어려워진 모습이다. 20대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2015년 15.1%에서 2024년 13.6%로 낮아졌다. 반면 40대와 50대의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같은 기간 늘어 기존 대기업 종사자의 근속기간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격차도 청년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2024년 기준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은 351만원으로 대기업 716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율은 2015년 0.43배에서 2024년 0.49배로 개선됐다. 하지만 명목 임금 격차는 같은 기간 월 298만원에서 365만원으로 벌어졌다. 비율은 다소 나아졌지만 실제 체감 격차는 더 커진 셈이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격차는 더 커졌다. 보고서는 20대에는 중소기업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0% 수준에 근접하지만, 50대에는 43%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경력이 쌓일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 궤적이 달라지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은 25세부터 49세까지 연령대별 평균 임금 차이만 단순 계산해도 대기업 입직자가 중소기업 입직자보다 임금소득에서 약 10억원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는 청년들에게 첫 직장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게 만든다. 대기업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옮길 수 있다면 격차는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동 가능성도 낮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지만 약 5~6% 수준에 그쳤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대기업 이동 비율은 더 낮아졌다. 중소기업 근속자의 일자리 이동 비중은 대기업보다 높았지만, 대부분 또 다른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형태였다.
노동시장 자체도 경직되는 흐름을 보였다. 전년도 일자리를 유지하는 상용 임금 근로자 비중은 2016년 61.2%에서 2024년 65.7%로 증가했다. 반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재진입하는 비중은 줄었다.
청년들이 취업을 늦추는 현상은 통계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산업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증가할수록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된다고 봤다. 2024년 임금 격차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4년제 대졸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영향으로 졸업을 약 1개월, 노동시장 진입을 약 3.6개월 유예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청년들의 취업 지연이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차이가 크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기도 어렵다면 청년들은 더 긴 취업 준비를 감수하고서라도 첫 일자리 선택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임금과 소득 안정성 측면에서 절대 우위에 있고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