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대웅제약의 다음 성장동력은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을 넘어 임상 파이프라인과 바이오 기술,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로 확장되고 있다. 작년 실적이 현재의 이익 체력을 보여줬다면, 올해 이후의 가치는 후속 파이프라인의 개발 성과에서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후보물질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베르시포로신의 특발성 폐섬유증 글로벌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당 임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베르시포로신 단독 투여뿐 아니라 기존 항섬유화제인 닌테다닙·피르페니돈과의 병용 투여까지 포함해 안전성, 내약성, 유효성을 평가한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 과정과 관련된 프롤릴-tRNA 합성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후보물질로 소개돼 왔다. 대웅제약은 이 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 희귀의약품 지정, 패스트트랙 개발 품목 선정, 유럽의약품청 희귀의약품 지정 이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글로벌 2상 환자 모집 완료는 임상 개발이 결과 확인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질환 진행을 늦추는 치료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다. 베르시포로신은 아직 임상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단계지만, 대웅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분류된다.
바이오시밀러 영역에서도 사업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달 차임 바이오로직스와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위탁개발·생산 계약 및 상업화 단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듀피젠트는 면역질환 영역에서 쓰이는 글로벌 의약품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협력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상업화로 이어지는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합성의약품과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세포주 개발, 공정 안정성, 품질관리, 임상 비교, 허가 전략이 중요하다. 대웅제약이 차임 바이오로직스와 협력에 나선 것은 바이오의약품 영역에서 외부 전문 역량을 활용해 진입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비만 치료제 분야도 새롭게 접근하는 영역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4주 1회 투여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도입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대상 제품은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월 1회 투여형 주사제이며, 핵심 특허는 초기 방출을 제어하는 데포 조성물과 제조방법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경쟁이 빠르게 커지는 영역이다. 투여 주기를 줄이는 장기지속형 제형은 환자 편의성과 제품 차별화 측면에서 중요한 개발 방향으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외부 기술도입을 통해 성장성이 큰 치료 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노화 질환 관련 플랫폼 확보도 대웅제약의 미래 기술 전략에 포함된다. 대웅제약은 미국 턴 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핵심 기술 자산을 확보하고, mRNA 기반 부분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한 노화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노화된 세포에 리프로그래밍 인자를 mRNA 형태로 전달해 세포 고유 특성은 유지하면서 기능 저하를 개선하는 접근법으로 소개됐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대웅제약의 사업 반경을 넓히는 분야다. 대웅제약은 씨어스, 티알과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과 디지털 폐기능 검사를 결합한 차세대 스마트병동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과 디지털 폐기능 검사기기를 연동해 병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구조다.
대웅제약의 최근 행보는 내부 개발과 외부 협력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베르시포로신은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의 대표 사례이고,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입을 겨냥한 협력 모델이다. 세마글루타이드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외부 기술도입을 통해 성장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이며, 부분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장기 연구개발 자산에 가깝다.
임상과 기술도입은 결과가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허가 가능성, 생산 경쟁력, 시장 진입 시점에 따라 사업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이 실적 기반을 바탕으로 임상·바이오·제형 기술·디지털 헬스케어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웅제약의 성장 구조는 세 갈래로 이어진다. 나보타와 자체 개발 신약은 현재 실적을 만들고, 펙수클루와 엔블로는 적응증과 해외 허가를 통해 시장을 넓힌다. 베르시포로신과 바이오시밀러,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은 다음 성장 가능성을 준비한다. 실적과 임상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대웅제약의 중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