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소텔 19개국 사업 인수 마무리…2027년 연매출 900억원 이상 기대
알림타 대만 공급 개시…브랜드 인수에서 생산·제형개선·CDMO로 확장
보령 생산단지인 예산캠퍼스
[더파워 이설아 기자] 신약을 처음부터 개발해야만 글로벌 제약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효능과 수요가 검증된 의약품의 권리를 확보하고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역량까지 내재화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보령은 이 전략을 항암제 사업에 적용하며 국내 판매 중심 제약사에서 글로벌 의약품 공급자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보령의 항암사업 전략을 관통하는 개념은 ‘레거시 브랜드 인수’, 이른바 LBA다. 특허가 만료된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의 권리를 인수한 뒤 자체 생산과 제형 개선, 해외 공급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보령은 2020년 일라이릴리의 항암제 젬자, 2021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2022년 항암제 알림타의 국내 권리를 차례로 인수했다. 젬자는 2022년, 자이프렉사는 2024년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고 알림타도 2025년 2분기 생산 내재화를 마쳤다. 단순히 국내 판권을 넘겨받는 데서 끝내지 않고 원료 조달과 제조, 품질관리까지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올해는 LBA 전략이 국내 시장의 경계를 넘어섰다. 보령은 지난 6월 사노피로부터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사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해외 판매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인수 대상은 한국을 포함한 19개 국가의 제품 허가권과 상표권, 유통권 등으로 인수 규모는 1억6100만유로다.
탁소텔은 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 전립선암 등 여러 암종에 사용되는 세포독성 항암제다. 보령은 2027년부터 탁소텔에서 연간 9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젬자와 알림타에 이어 세 번째로 확보한 세포독성 항암제 오리지널 브랜드이기도 하다.
매출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책임의 범위다.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에서는 영업과 유통이 핵심이지만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하면 국가별 허가 유지와 품질, 생산, 공급 일정까지 관리해야 한다. 보령은 이번 인수에 대해 “글로벌 필수 항암제의 허가·품질·생산·유통을 직접 책임지는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내재화는 위탁개발생산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령은 올해 5월 대만 로터스에 알림타 공급을 시작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체계를 이전받아 자체 생산에 성공한 뒤, 해당 역량을 해외 제약사에 제공하는 단계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보령의 항암사업 매출은 2021년 1000억원에서 2022년 1600억원, 2023년 2100억원, 2024년 2400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약 2300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3.5%에 달했다. 회사는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에 바이오시밀러와 신규 기술 기반 제품을 더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탁소텔 인수와 알림타 해외 공급은 별개의 사업처럼 보이지만 방향은 같다. 외부에서 확보한 검증된 의약품을 자체 생산하고, 제형을 개선한 뒤 다시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보령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사들이는 회사에서 해당 의약품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회사로 사업모델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실적을 좌우할 변수는 국가별 허가 이전과 안정적인 공급, 생산원가 관리다. 보령은 예산 생산단지와 그동안 축적한 세포독성 항암제 생산 경험을 활용해 탁소텔의 생산 전환과 글로벌 공급체계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