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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금·부당특약 없앤다…중견 건설사 30곳 상생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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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금·부당특약 없앤다…중견 건설사 30곳 상생협약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7-24 13:41

공정위, 시공능력평가 21~50위 건설사와 협약 체결…하자소송 책임 분담·대금 60일 내 현금 지급 원칙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연합뉴스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대형 건설사에 이어 중견 건설사들도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에 참여한다. 하자 소송 책임 전가, 유보금, 부당특약, 납품단가 조정 지연 등 건설업계의 반복된 불공정 관행을 줄이기 위한 협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을 열고 시공능력평가 상위 21위부터 50위까지 30개 종합건설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지난 5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내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1차 협약의 후속 조치다. 공정위는 건설산업의 중추인 중견 건설사까지 협약 대상을 넓혀 상생협력 문화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협약에는 공정위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중견 종합건설사 30곳이 참여했다. 참여 건설사는 우미건설, 대방건설, 쌍용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한신공영, 효성중공업, 동부건설, HL디앤아이한라, 반도건설, 호반산업, 동원개발, 신세계건설, HJ중공업, 자이씨앤에이, 삼성이앤에이, BS한양, 금강주택, CJ대한통운, 동양건설산업, SGC E&C, 중흥토건, 대광건영, 진흥기업, 라인산업, 라인건설, HS화성, SK에코엔지니어링, 성도이엔지, 서한 등이다.

공정위가 이번 협약에 나선 배경에는 건설 원·하도급 거래에서 반복된 불공정 관행이 있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대금 미지급, 유보금 설정, 부당특약, 하자 소송 제기 이후 책임 전가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집행을 통해 관련 행위를 제재해 왔지만, 시장질서를 더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업계 자율협약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협약의 핵심은 하자 소송 책임 분담이다. 그동안 공동주택 등 건설공사 하자 관련 소송이 종합건설사를 상대로 제기됐을 때, 종합건설사가 수급사업자에게 소송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소송을 진행하다가 패소한 뒤 손해배상액을 하도급업체에 과도하게 떠넘기는 사례가 있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종합건설사는 하자 관련 소송이나 조정이 제기된 사실을 알게 되면 수급사업자에게 신속히 통지해야 한다. 이후 양측이 성실히 협의해 책임 소재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지난 5월 대형 건설사 대상 1차 협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항목이다. 공정위는 1차 협약 이후 전문건설업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이번 협약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유보금 폐지도 담겼다. 유보금은 기성금의 일부만 하도급업체에 지급하고 잔액 지급을 준공 이후로 미루는 관행이다. 공정위는 이 때문에 하도급업체가 노무비 지급이나 원자재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봤다.

협약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하도급대금을 법령과 계약에 따라 60일 이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현금으로 지급하고, 부당한 유보금 관행을 폐지하기로 했다.

부당특약도 자체 점검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업안전 비용,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특약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협약 참여 건설사들은 계약서와 첨부서류를 점검해 부당한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납품단가 조정도 강화된다. 전쟁, 국제분쟁,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불안 등으로 공급원가가 변동될 경우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에 성실히 응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체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공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공기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 등 필요한 계약조건을 상호 협의해 조정한다.

하도급대금 연동제 정착도 협약에 포함됐다. 건설사들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과 절차를 수급사업자와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하도급 분쟁 해결기구도 설치한다. 협약에 참여한 종합건설사는 하도급대금 분쟁, 단가 조정 등 현안에 대해 수급사업자와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사내에 하도급 분쟁 해결기구를 설치·운영하거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분쟁 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와 진행 상황도 수급사업자와 성실히 공유하기로 했다.

공정위와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업계는 민관협의체도 구성한다. 협약 이행 상황, 하도급법 집행 동향, 상생협력 모범사례 등을 공유하기 위한 장치다.

공정위는 9월 중 19개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11월 중 30개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번 협약으로 건설 하도급 거래 상당 부분이 협약 틀 안에 들어오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건설업계 전체 하도급 계약은 6만1673건, 약 54조1316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1·2차 상생협약에 참여한 상위 50위 내 종합건설사 대상 계약은 1만2269건, 약 32조2270억원이다.

전체 하도급 거래 건수로는 19.89%, 거래액으로는 59.53%에 해당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5월 대형건설사에 이어 이번 상생협약식에 중견건설사가 참여한 것은 상생협력 문화가 건설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우리 건설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2025년 기준 전체 건설 하도급 거래 중 거래 건수의 20%, 거래액의 60%가 상생협약의 틀 안에 들어오게 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원도급사와 하도급사가 동등한 파트너로서 위험 부담은 나누고 성과를 공유하는 상생협력의 공정한 시장 질서가 없이는 건설산업의 선진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협약식 이후에는 종합건설업계의 상생 모범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동부건설은 중동전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 사례를, HL디앤아이한라는 상생협력기금 출연 등 협력사 금융 지원 사례를, HJ중공업은 드론을 활용한 안전점검 사례를 소개했다.

주 위원장은 “이번 상생협약이 건설업계 전반에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상생협력 문화를 정착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민관협의체를 통해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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