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진료기관 환자 연평균 10.9% 치매 전환…지역사회는 5.9%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뇌혈관질환·우울증·수면장애 등 원인 다양
아밀로이드 확인된 일부 환자는 조기 질병경과조절치료 검토
운동·혈압·혈당·수면·인지훈련 등 생활요인 관리도 병행해야
강동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경도인지장애를 흔히 ‘치매 전 단계’라고 부르지만 진단을 받았다고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뇌혈관질환, 우울증, 수면장애, 약물 부작용 등 원인이 다양해 치매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원인을 찾아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원인을 찾고 바꿀 수 있는 위험요인에 개입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언어, 주의집중,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약 복용이나 금전 관리, 대중교통 이용 등 독립적인 일상생활 능력은 대체로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의 독립성이 뚜렷하게 무너지는 치매와는 구분된다.
원인도 하나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이 흔한 원인이지만 뇌혈관질환과 루이소체질환, 우울증, 수면장애, 약물 부작용, 갑상선질환, 비타민 B12 결핍, 청력·시력 저하 등이 원인이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를 단순히 치매 직전 단계로만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며 "병력과 일상기능, 표준화된 인지검사, 혈액검사와 뇌 MRI 등을 종합해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도인지장애 환자 모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발표된 89개 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3만3115명을 평균 5.2년 추적한 결과, 전문 진료기관 환자의 41.5%, 지역사회 대상자의 27%가 치매로 진행했다.
1년 단위 전환율은 각각 10.9%와 5.9%였다. 전문 진료기관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뚜렷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환자가 많이 찾기 때문에 전환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두 환경 모두 상당수는 추적 기간 동안 인지 상태를 유지했고 일부는 정상 범위로 회복했다.
개인의 위험도는 알츠하이머병 병리 여부와 기억장애 정도, 진행 속도, 뇌 위축과 혈관성 손상, 연령과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달라진다.
생활습관 관리도 인지기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33개 무작위시험, 1996명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유산소운동이 전반적인 인지기능 개선과 연관됐고 기억력에서도 효과가 관찰됐다.
전산화 인지훈련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인지검사 성적 개선이 확인됐다. 미국 US POINTER 연구에서는 인지저하 위험이 있는 60~79세 2111명을 2년간 관찰한 결과, 운동과 식사, 인지·사회활동, 혈압·혈당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받은 집단에서 생활지침만 받은 집단보다 인지기능 향상 폭이 더 컸다.
강 교수는 "운동이나 인지훈련 한 가지만 하는 것보다 혈압과 혈당, 식사, 수면, 사회활동 등 여러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생활에서는 건강 상태에 맞춰 주당 약 150분의 중등도 유산소운동과 주 2회 근력운동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채소와 통곡물, 콩류, 생선, 견과류 중심의 식사를 유지하고 금연·절주와 충분한 수면, 청력·시력 교정, 우울증·수면무호흡증 치료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으로 확인된 일부 환자에서는 조기 약물치료도 검토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오랜 기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축적되고 이후 타우 단백질 확산과 신경세포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8개월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은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의 악화 속도를 약 27%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도나네맙 역시 장기 추적연구에서 조기에 치료한 집단에서 질환 진행 위험 감소가 보고됐다.
다만 이러한 치료가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밀로이드 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확인해야 하며,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위험 때문에 치료 전후 MRI와 전문의 평가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항아밀로이드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면 신경세포 손상이 많이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인지저하의 모든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있다고 해도 인지기능 저하의 속도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뇌혈관 손상과 다른 뇌질환, 우울증과 수면장애, 청력·시력 저하, 교육과 지적 활동을 통해 형성된 인지예비력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 역시 아밀로이드 제거와 생활습관 관리를 둘 중 하나로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와 운동·인지훈련, 수면, 금연·절주, 사회적 교류 등이 뇌혈관 건강과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명절처럼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시기에는 평소 놓쳤던 변화를 발견하기도 한다.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거나 익숙한 길에서 혼란을 보이고, 약이나 돈 관리 실수가 잦아지거나 뚜렷한 무기력·성격 변화가 나타난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기록해 전문기관에서 평가받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명만으로 앞으로 치매가 생길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며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고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조기치료와 혈관·생활습관 관리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