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⑰] 태권브이는 없는 국회, 나라는 국회의원들이 구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통해 국정운영 관련 대소사 결정...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 필요

칼럼 2021-01-04 10:55 함광진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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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함광진 행정사]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로봇 태권브이가 국회의사당 돔을 열고 출동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돔의 밑지름이 64미터, 무게가 1000톤이나 되는 지붕을 열고 나온다니 태권브이가 힘이 세긴 센가 보다. 과거 우리나라가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온 국민을 괴롭혀도 태권브이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국회엔 국민을 살리는 힘이 있을 뿐 태권브이는 없다.

국회의사당 본관 돔 지붕 바로 아래 큰 중앙홀이 있는데 일명 ‘로텐더홀’이다. 본관 정문에서부터 빨간 카펫이 깔린 로텐더홀은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 입장을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자 소수정당 또는 야당의원들의 농성장으로 활용되는 국회 핫플레이스다. 홀은 바닥부터 돔 지붕까지 ‘口’와 같은 사각형 모양으로 텅 비어 있다. 내부를 둘러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태권브이가 출동 대기를 하고 있어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규모가 웅장하다.

로텐더홀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본회의장, 오른쪽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이 있다. 그리고 매 층마다 17개 상임위원회 회의장과 소회의실이 있고 회의 운영 등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조사관과 전문위원 사무실 등이 있다. 의원회관이 개별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사무공간이라면 본관은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이다.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본회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국회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이다. 국정 운영과 관련한 모든 대소사를 챙기고 결정한다. 나라의 근간인 법과 제도를 만들고 한해 살림살이인 예산을 확정한다.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고위공직자에 대해 인사 검증을 하고 현직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도 한다.

본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정부의 예산 편성이나 정책에 대한 정부입장, 국정 전반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할 수 있다. 교섭단체의 대표의원이 소속정당 또는 교섭단체를 대표해 40분까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한다. 국회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정 전반 또는 특정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특정 의안이나 중요한 관심사안에 대해 국회의원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5분 발언’ 할 수 있고 의원의 일신상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 본인이 해명하는 발언으로 5분 안에 ‘신상발언’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긴급현안질문, 의사 진행 발언 등도 가능하다.

본회의는 ‘국회법’ 제73조에 따라 재적의원(300명) 5분의 1 이상 의원이 출석해야 회의가 시작된다. 회의 안건에 대해 ‘헌법’ 제49조에 따라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151명)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 어떤 안건에 대해 토론하고 심사해 결정하는 것을 의결이라 하는데 찬성하는 의결은 가결, 반대하는 의결은 부결이다.

얼마 전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의 경우 재적 300명 중 287명이 출석했고 찬성 187명으로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가령 본회의에서 의결을 하고자 하는데 좌석에 앉아 있는 의원 숫자가 의결정족수 과반에 미달할 경우 본회의장 밖이나 외부에 나가 있는 의원들을 불러들여 의결하기도 한다. 이도 여의치 않은 때에는 의장이 본회의를 정회(일시 중지)하고 의결을 잠시 미룬다.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제명(자격박탈), 대통령에 대한 탄핵(해임)소추안, 헌법 개정안, 국회의원 자격상실 결정 등의 안건에 대해 의결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서 재석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 통과됐다. 한편 국무위원(장관)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인 151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최근 추미애 법무장관 탄핵소추안은 찬성 109표로 과반에 못 미쳐 부결됐다.

본회의는 원칙적으로 오후 2시에 열도록 ‘국회법’ 제72조에 규정돼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지각 또는 불출석으로 정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법률에 따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협의하면 회의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매년 12월 31일까지 다음 연도의 연간 국회 운영 기본 일정을 정한다. 2월ㆍ4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열고 매년 9월 1일에 정기회를 개최한다. 회의 기간은 정기회 100일, 임시회는 30일간이다.

‘국회법’ 제50조에 따라 본회의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본회의 의결 또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국회는 강용석 의원 제명안 처리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부결 처리했다. 비공개 본회의는 표결 결과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의원이 찬반 투표를 던졌는지 국민은 알 수 없다. 언론 취재 역시 봉쇄된다.

국회는 12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본회의 방청을 허용한다. 주로 국회의원 지역구 주민들이 해당 의원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 방문하거나 특정 안건의 이해관계인들이 처리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방청하기도 한다. 방청권은 대개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교부 받는다. 이때 본회의장에 휴대폰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사진촬영도 불가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 회의에 성실히 참가할 의무가 있고 다른 의정 활동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의원들의 회의 출석률은 불량이다. 결석하거나 출석 도장만 찍고는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떠나 회의장이 텅 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폐쇄됐다. 그야말로 헌정 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 12월 9일 국회가 멈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격영상회의’로 본회의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감염병 확산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중요한 예산 확보나 법률 개정을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원격영상회의 대상 안건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지 국회의원들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영상회의에 참여할 경우 이러한 상황을 국민에게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국민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국회에 태권브이는 없다. 국회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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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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