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개정 공정거래법 대응 위한 선제적 조치”...효성, 공정위 사익편취 감시 대상 계열사 최다
지난달 말 지주사 효성이 물류 중개계열사 효성트랜스월드를 흡수합병한 것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김필주 기자] 지난달 말 효성그룹 물류 중개 계열사 효성트랜스월드가 지주사 효성에 합병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효성그룹이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전 내부거래 해소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이하 ‘개정 공정거래법’)’이 공포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되는데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과징금 부과 수준 상향, 거래금액 기반 기업결합 신고 기준 도입 등이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중 대기업집단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부분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인 상장계열사(비상장계열사 20%)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해왔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금지대상을 상장·비상장에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넓혀 규제 사각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공정위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본격 시행되면 규제 대상 회사가 현행 210개에서 598개(지난해 5월 1일 기준)로 기존 대비 388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그룹은 공정위가 지적한 사익편취 감시 대상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대기업 집단이다. 지난 2020년 8월말 공정위가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경우 15개 규제대상 회사와 32개의 규제 사각지대 회사를 보유 중이다.
기업평가분석사이트 ‘CEO스코어’는 개정 공정거래법 적용시 효성그룹의 규제대상 회사는 기존 15개에서 21개 증가한 36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해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도 ‘공정거래법 개정, 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확대될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개정 공정거래법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사업구조·신용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신평은 대기업집단 중 규제대상으로 추가되는 회사 대부분이 지주회사 자회사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수일가가 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들은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비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자회사 지분을 50% 넘게 확보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사 효성이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시 효성트랜스월드가 새롭게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흡수합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효성은 조현준 회장 등 총수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지분 55.11%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각각 21.94%, 21.42%의 지분을,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분 9.43%를 가지고 있다.
지난 1997년 4월 설립된 효성트랜스월드는 합병 이전 효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물류 중개자회사로 매년 매출의 절반 이상 가량이 효성중공업·효성티앤씨·효성화학 등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사이트(DART)에 의하면 효성트랜스월드는 지난 2018년 총 매출 1918억원 중 약 77.47%인 1486억원을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거둬들였다. 이듬해인 2019년에도 전체 매출 2028억원 중 약 75%에 해당하는 1521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지난해의 경우 총 매출 약 2165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약 71.73%(1553억원)였다.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넘는다.
지난해 10월 효성은 효성트랜스월드 흡수합병을 결정하면서 “본 건 합병을 통해 직접적인 관리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인력 및 노하우의 공유, 유연한 활용, 일원화된 관리에 따른 운영 효율화, 상호 역량 보완을 통한 대외 경쟁력 강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규제대상에 포함된다고 바로 제재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 “공정거래법상 현금·금융상품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기회제공, 일감몰아주기 등 비정상적인 거래에 해당돼야 제재가 이뤄지고 총수일가 지분 축소 및 내부거래 비중 축소 의무 등도 강제 부여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규제대상에 해당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관련 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으며 규제대상 계열사가 가장 많은 효성그룹은 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면서 “효성의 효성트랜스월드 흡수합병은 조현준 회장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