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 이병록 정치학박사, 예비역 해군 제독,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더파워=이지숙 기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고객, 근로자(노동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이 공존하는 지본주의 체제를 말한다. 지금까지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들 주머니를 불려주기 위하여 분기별 단기 실적만을 중시한 분기 자본주의이다. 1980년대 미국 대기업은 순익 절반 이하 정도만 주주에게 지급했으나, 지난 10년 동안은 93%를 주주에게 헌납했다. 막상 주인인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은 평균 7년에서 7개월로 줄어들었다. 심지어는 몇초 사이의 시세차익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의 목적도 시대상황에 따라 변해왔다. 1937년에 컨설팅 기업인 메킨지는 기업이 자체 수익성은 물론 나라 전체 복지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과거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반대방향으로 큰 전환점이 생긴다. 프리드먼은 기업의 책임은 가능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 ‘사회적 양심’을 가지고 고용창출, 오염 방지 등 사회적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주의라고 깍아 내린다. 미국판 빨갱이론이다.
프리드먼의 구(舊)자유주의적 입장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수상의 신자유주의로 이어진다. 신(新)자유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부격차(양극화)가 커진다. 1978년 이후 경영자 보수(임금)는 940%가 올랐지만, 노동자 보수는 12%만 올랐다. 경영자와 노동자의 보수 차이는 20배에서 231배로 차이가 벌어졌다. 기업은 단기 목표달성을 위해 경영이 왜곡되고, 경영자(CEO)도 실적유지에 대한 부담과 책임이 가중되며, 재직 기간도 짧아져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
‘고장이 난 자본주의’를 고쳐 쓰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파이넨셜타임스는 ‘자본주의. 리셋의 시간’이라 표현했다. 2019년 미국 경영자 183명 모임인 경영원탁회의(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BTR)에서 주주 우선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2019년 다보스포럼에서도 ‘기업시민’ 개념을 부각시켰다.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개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지속가능 경제’ 등이다. ESG는 2006년에 제정된 '유엔 책임투자원칙'에서 나왔다.
우리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이 시대흐름과 유행에 따른 일시적인 구호가 아니고 경영철학으로 굳어져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전자산업을 비유한 내용을 소개한다. 독과점을 억제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게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1980년대 일본은 국가챔피언 기업을 키운다는 전제아래 정부주도로 전자산업을 키웠다. 반대로 미국은 IBM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실시하며 규제했다. 그 결과 미국은 애플, 로터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기업들이 성장하는 토양이 마련됐다.